
2010/03/14
이 타이틀은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적도 없고, 발레 교습을 받은 적도 없는 8세에서 20세의 청소년 250명을 모아 현대음악의 걸작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무용으로 공연하는 과정과 공연물을 수록한 것입니다.
나오는 아이들이 냉소적이고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련된 신경이 말라붙은 이도 있었고요. 안무와 무용지도를 담당하는 안무가는 이들이 좀처럼 목표의식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고 아이들 자신이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편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도대로 되지 않는 교착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공부의 신’은 판타지스러운 드라마라서 보면서 답답해지지는 않았지만 ‘Rhythm is it’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이들이 느끼는 받아들임의 어려움이나 선생님들의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게 되더군요.
하지만… 우여곡절 (중간생략) 끝에 마지막에 훌륭한 공연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 보여주던 자신감 없고 흔들리는 눈빛이 아니라 배역에 완전히 빠져들어간 눈빛이었습니다. 공연을 끝내고 나와 대기실에서 서로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한일월드컵 때 4강에 들어서 선수들과 감독이 서로 기뻐하고 즐기고 고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연상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정신적인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 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졌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생에서 마주하게 될 역경에서 그런 힘과 자신감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겠지요.
여기에 나오는 스코틀랜드인 안무가 로이스턴 말둠은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알렉 기네스를 연상케 합니다. 연세가 지긋해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4에 나오는 알렉 기네스 같기도 하지만요… 친근한 캐릭터는 아니고 고독하고 엄한 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인격적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공연준비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학생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분노를 표출했을 법도 한데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더군요. 억지로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고 그 대신에 타이르고 설득하고 회유하고 다른 그룹에서의 활동을 견학을 보여주고 담판을 짓고 하는 다양한 노력을 하더군요. 우리나라 정부나 여당도 이런 부분은 배워야 할 텐데요. 독일 선생님은 우리나라 선생님과 다르게 학생 편에서 안무가와 의견을 교환합니다. 아 믿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하지만 어느 나라가 되었건 간에 사람을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본편은 DTS HD 5.1과 2채널 PCM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보너스에 실린 공연실황과 녹음실황은 각기 2 채널 PCM으로 수록되었습니다. 두 실황의 사운드 포맷이 DTS HD 5.1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2 채널 PCM으로 들으면 CD재생보다 부실하게 들립니다. 멀티채널로 재생하면 CD재생보다 더 좋게 들리던데...) 그리고 보너스 영상의 퀄리티도 썩 좋지 않네요. 아무리 광량이 부족한 상태라 그런다 치더라도 좀 그런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뭔가 아쉬움이 있는 구성이라 must have아이템으로 꼽히기는 어렵겠지만 콘텐츠의 힘이 강하고 감동적이어서 타이틀로서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자잘한 흠을 만회시켜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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