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1/16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출산 후 복귀하는 무대라고 하는데 부기가 빠지지 않은 모습이어서 안습이었습니다.
안나 네트렙코가 stage animal이고 흥행이 보증된 슈퍼스타이긴 하지만 적어도 프로라면 얼굴의 살이라도 빠진 다음에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상대배역으로는 비야존이 내정되어 있었으나 아파서 다른 사람이 배역을 맡았습니다. 피오트르 베찰라라는 사람인데 오페라의 격정적인 부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췄더군요. 소리는 도밍고와 카레라스가 적당히 섞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베찰라는 뜨거운 포스를 뿜어내는 격정적인 스타일이어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 역에 적격인 것 같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라몬 베르가스는 소리가 온화한 편이어서 베찰라와 경쟁하면 뒤처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소리가 어두워서 다양한 오페라에 기용되기 어려울 것 같군요.
그 밖에도 전성기의 성악가들이 포진되어서 오페라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나 루치아의 오빠로 악역을 맡은 마리우츠 크비치엔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습니다.
무대 연출이나 카메라워크도 밋밋하지 않게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는 두 가문이 왜 반목과 몰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왜 그런 무리한 선택을 하고 강요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한글번역 해설지를 참조하시면 대강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에는 다른 오페라만큼 유명한 아리아가 많이 있지는 않지만 격정적인 2 중창이 곳곳에 있어 성악가에게는 부담이 많이 갈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그래도 제일 익숙한 아리아라면 3막의 유명한 매드씬에 해당하는 ‘향을 피우고’가 되겠군요. 이 아리아는 영화 ‘제5 원소’에서 ‘디바의 아리아’에 일부 나옵니다.

공연을 다 보고 나서 흠칫 놀란 것은 카메라에 잡힌 관객이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라는 거였습니다.
하기사 젊은 사람이 1500불이나 하는 티켓을 두 장 구입해서 들어오려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DVD로나마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을 (그것도 친절하게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기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작은 데에 깃들어 있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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