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르네 플레밍과 롤란도 비아존의 라 트라비아타

raker 2023. 4. 14. 13:19

2008/02/17
비아존은 2005년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라 트라비아타를 성공시켰고 그다음 해에는 LA에서 르네 플레밍과 동일한 곡을 공연하게 됩니다.

이 공연 실황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여러 면에서 느낌이 다릅니다.
물량 투입이 확실한 무대와 의상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나이가 좀 들었지요. 제르몽의 아버지도 확 다릅니다.
제르몽의 아버지 역을 맡은 레나토 부루존은 70세가 넘었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이 공연에서 르네 플레밍은 자신의 커리어나 명성에 걸맞은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1막에서는 매력이 덜했지만 2막은 그야말로 르네 플레밍의 스타일이 잘 배역과 잘 어울렸던 것 같네요. 3막은 그냥 2막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르네 플레밍의 노래로 가슴이 찌르르해지는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보자면 극적 대비가 떨어지고 표현이나 감정의 깊이 변화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공연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공연이 그런 인상을 받게 된 이유가 르네 플레밍의 노래 패턴이 느리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교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고 그런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관객을 흡인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2막에서 배역에 몰입하는 집중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르네 플레밍이 장기로 하는 부분을 남용(?)한 것은 곡 전체로 보아 마이너스가 됩니다. 특히 1막의 경우는 마이너스가 되어 배역을 표현하는데 저해가 되지 않았나 싶군요. 누군가 그런 걸 좀 절제시켰어야 하지 않는가 싶었어요. 이렇듯 혼자서만 배역에 몰입하다 보니 보호막에 쓰인 것처럼 되어 롤란도 비아존과 화학적으로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플레밍은 비아존의 뜨거운 소리나 감정을 잘 이용하지 못한 셈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르네 플레밍은 남녀 주인공과 아버지 그리고 바론이 등장하는 공연을 르네 플레밍과 나머지 배역으로 만들어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화질은 어두운 부분에서 열잡음이 간간히 보이고 먼 곳에서 줌으로 잡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질은 최신치고는 약간 한단계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실황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겠죠.
이런 점을 놓고 봤을때 classicstoday에서 녹음 퀄리티 평점을 10점 만점을 받은 것은 실제보다 후하게 매겨진 것 같습니다.

제가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싫은 소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공연을 구경하기 힘듭니다.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