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1
임진왜란 조선에 상륙한 왜군은 파죽지세로 점령지역을 넓혀 갔지만 육상 보급로를 확보하지 못해 보급물자 부족으로 고생했고, 바다와 강은 조선수군이 철저하게 블로킹하고 있어서 해상을 통한 보급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명나라 파병 군대가 개입이 되며 전쟁은 장기전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태가 여의치 않자 왜국은 조선을 도우러 참전한 명나라와 정전회담을 시작합니다.
한편, 조선의 지도층은 무뇌상태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유재란 때 원균이 올린 장계가 시발이 되어서 결국은 이순신 장군은 사헌부로부터 탄핵을 받아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당했으며, 한양으로 압송당해 문초를 받고 죽게 될 뻔하다가 겨우 죽음만 면하게 됩니다. (선조 30년, 1597년 2월)
이순신 후임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 원균은 칠천량 해전에서 100척의 판옥선과 3척의 거북선을 잃었고, 배를 버리고 뭍으로 도망간 원균마저 왜군에게 죽임을 당함에 따라... 조선 수군의 절반이 단 6일 만에 궤멸되었습니다. (1597년 7월 15일)
조선 수군이 없어지자 왜군은 바람같이 진격해서 한 달 만에 남원과 전주를 함락시키고, 좌군은 전라도 전체를 점령하기 위해 남하하고, 우군은 충청도로 북상합니다.
칠천량 해전의 비보를 들은 이순신은 흩어진 장졸과 혹시라도 남은 배를 수습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달포 간 각지를 돌며 어렵사리 120여 명을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무뇌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합니다.
영화 '명량'은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비관적인 상황과 패배감에 젖어 있는 시점에서부터 비춰주고 있습니다.
상황은 최악인데 무뇌 선조는 또다시 망령된 명령을 내립니다. 이순신 장군은 적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맞서기로 하고 임금에게는 내린 령을 따르지 못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아~ 이중의 적과 싸워야 하는 데다가... 부하들도 뜻이 갈리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지역 어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지형의 특성을 사용하는 지략을 펼치기로 합니다.
한편, 왜국 수군은 조선 수군이 보유한 판옥선이 13척뿐임을 알고 해상의 적 이순신과 조선 수군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 제작진은 명량해전에서 조선 수군과 백성들이 합동으로 펼쳤던 지략의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다 재현하려고 욕심내지는 않았고, 고증에 맞지 않는 각색도 불사했습니다. 그 대신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공포심을 이겨내고 우리 땅을 지켜내려고 하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백과 투지를 화면에 담아내기로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도는 영화에 잘 담겼네요. 한 시간 넘는 시간을 해상 전투에 할애했는데도 불구하고 박진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는 그런 대규모의 해상전쟁 영화는 만들 수 없다고 고개를 저을 때, 본격 해상 전쟁영화를 구현해 내기 위해서 오랜 세월 고민해 왔고,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스태프를 모으고, 제작환경을 구축한 감독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거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나 바스쿠 다 가마 급인 듯...) 그리고 열악한 현실과 미증유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감독이 기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스태프들의 노고와 창의력은 어쩐지 영화 속에 비친 장졸들과 백성들의 모습과 닮아 보였습니다. 대단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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