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로열 오페라 하우스 실황 푸치니 나비부인 [2024]

raker 2025. 1. 26. 07:33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사건 중심으로 숨 가쁘게 전개되는 오페라라기보다는 초초상 또는 나비부인의 감정적인 전개가 중심이 되고 다른 배역과 사건은 배경이 된다고 할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오페라보다 프리마돈나의 역량에 오페라의 성패가 달려있고 프로덕션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그만큼 성공시키기 어려운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공연물을 보기 전까지 봐온 나비부인 오페라 공연물 중에 원 톱은 2017년 로열 오페라 하우스 실황입니다.

초초상 배역을 맡은 에르모넬라 야호는 비극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저는 그 비극적인 묘사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만일에 배우자가 결혼 생활에 성실하지 않아 고통받고 있거나 고통받았던 이력이 있었던 사람이 (또는 가족이 그런 고통을 받았다면) 이 공연물을 보게 되면 다시금 고통을 꺼내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아스믹 그리고리안은 에르모넬라 야호와 동급의 열연과 열창을 보여주어 기립박수를 받을만합니다.

야호가 서양의 연기를 바탕으로 개인 차원의 원초적인 비극을 그려냈다면 그리고리안은 일본인이라면 보여줬을 감정의 절제, 결연함과 내면적인 단단함이 비쳐 보이는 (일본 문화가 투영된) 비극을 그려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표현의 차이에는 지휘자의 특성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2017년 프로덕션에서는 몰아치는 드라마틱함을 표현하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를 맡았고, 2024년 프로덕션에서는 케빈 존 에두세이가 맡았습니다. 에두세이는 감정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파파노처럼 거대한 파도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에서 2024년 프로덕션을 좀 더 자주 보게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최신 프로덕션답게 영상의 품질과 영상 디렉팅이 우수하고 음질도 나무랄 부분이 없습니다.

나머지 배역에서도 어느 하나 구멍 없이 잘 표현해 줬습니다.

대단한 문화 콘텐츠가 담겨 있는 블루레이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