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푸치니 토스카 2023년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실황 블루레이

raker 2025. 1. 12. 12:22

로마제국시대에 완공된 아레나 디 베로나는 2천 년이 가까와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능을 다하고 있네요.

십수 년 전만 해도 카메라나 녹음장비의 한계로 인해서 야외공연 영상물의 퀄리티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는데요.

최근에는 달라졌습니다. 방송용 카메라의 성능 (광센서 등등)과 녹음장비의 향상으로 야외공연임에도 영상이나 음향의 퀄리티가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2019년 베로나 페스티벌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실황 블루레이가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넘기고 2023년 베로나 페스티벌에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출연진은 프란체스코 이반 치암파(지휘), 아레나 디 베로나 오케스트라 & 합창단, 소냐 욘체바(토스카), 비토리오 그리골로 (카바라도시), 로만 부르덴코(스카르피아), 우고 데 아나(연출) 등이라고 합니다.

 

무대의 연출, 미술, 의상 그리고 영상 연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앵글이 세심하고 영상도 색상의 조합을 절묘하게 배치해 두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시각적으로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주요 출연진은 박력 있지만 동작이나 표정이 과장되지 않도록 되어있는 것을 보면 세심하게 디렉팅이 되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욘체바는 격렬한 부분에서 혼신을 다해 무대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흐름을 놓치지 않고 완급을 표현하여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대가의 느낌이라는 건가...

그리고 그리골로는 수많은 스카르피아와 결이 다르게 표현이 되어 신선했습니다.

스카르피아는 종종 애니메이션의 빌런처럼 표현되거나 스릴러 영화의 사이코패스처럼 표현되곤 했는데, 이 공연에서는 공권력을 쥔 후 자신은 누릴 것을 다 누리기 위해서 위협요소를 자기 마음대로 처단하며 권력을 지켜온...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것 같은 타락하고 악마가 된 권력가의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실감이 나는 느낌입니다. 연출가가 스카르피아의 대사를 제대로 파악하여 캐릭터에 대한 연출 디렉팅 방향을 잘 잡아낸 것 같아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전하여 그대로 몰입할 수 있는 훌륭한 공연이고, 광학매체까지 손색없이 잘 옮겨담긴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을 해줘서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