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는 문화생활로...
제가 결정할 수 있었다면 프랑켄슈타인을 관람했겠으나... 저에게는 결정권이 없어 베르사유의 장미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자리는 한 달 전에 사전예약하신 분이 펑크 낸 표를 입수하여 맨 첫 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1972~1973)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이라고 하고 초연은 2024년 7월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군무 등 스펙터클 하게 구성했고 엄청 강도 높은 곡을 쏟아내는지라... 나중에 관람이 끝난 후 애플워치의 관람모드를 해제했더니만 90dB 넘었다고 경고가 2번 떴고 100dB 넘었다고 경고 1번 떴네요... 어째 극장관람모드인데 진동 알림이 오더니만...
저는 예전에 친구 따라 롯데롯데 (1980)나 유리가면(1976~) 만화를 대여해 보긴 했었는데, 캔디캔디(1975)나 베르사유의 장미는 미처 접하지 못했습니다. 한때 만화에 미쳐있던 동생이 갖다 버린 만화책이 리어카 한대 분량 나왔던 것 같은데... 제 동생은 내용을 줄줄 외우고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원작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일생을 다룬 만화라고 하며 스토리 진행을 돕기 위해 가상의 인물 오스칼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원작 만화 자체가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대하드라마이고 너무나 오랜 기간에 걸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의 형태로 각색해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중심이 되는 마리 앙트와네트를 완전하게 들어내고 오스칼을 원탑으로 하여 오스칼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에서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프랑스혁명까지 빌드업해야 하다 보니... 여러 개의 주변적인 에피소드를 빼놓기도 어려웠겠으나...
들어내지 못한 결과... 감정적으로 계속 강, 강, 강 몰아붙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고... 장면 장면이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너무 많은 내용을 욱여넣었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과 비슷해지는 처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스칼이 맨 처음에는 가문을 위해 명을 받들어 군인으로서 명예롭게 한 몸 바치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가치관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분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 가치관의 변화란 게 자신의 목숨을 버릴 만큼의 엄청난 변화라서...)
이루어질 수 없는 허무한 사랑을 겪고 나서 심성이 피폐해졌다거나... 결핵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거나 하는... 상황이 덧붙여졌더라면 좀 더 개연성이 있게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멜로드라마에 절여져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오스칼의 성품 자체가 고결하고 올곧다고 해도 자신의 역할-장미를 지키는 가시에 불과한-과 속해 있던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어 가문을 등지고 자신이 가진 것 누려온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것이... 어째 충분하게 납득이 가기 어려운 편이라서요...)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과도한 피곤함 유발 등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이후 재공연에서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잘 다듬어주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쨌거나 뮤지컬 자체의 톤이랄까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오스칼을 맡은 뮤지컬 배우가 너무나도 멋지게 하드 캐리해 준 것 같습니다.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 김지우 배우님은 뮤지컬 가수로는 처음 보는데 너무 멋졌습니다. (TV배우 출신)
흑기사를 추적하여 흑기사의 소굴로 들어가 맞다이 하는 장면에서는 숨이 턱 막혀요~~~
앙드레 그랑디에 역 고은성 배우님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멋진 모습 보여주셨습니다. 짱짱한 소리란~
로지리 라 모리엘 역 유소리 님도 좋았습니다.
관람 후 마무리는 공연장 주변 주점에서 무알콜 하이볼과 안주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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