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3
네트워크 오디오 장치는 기능적인 면에서만 보면 높은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편하게 사용하려는 사람은 마음고생할 일이 없습니다. 이미 골탕 먹을만한 일들은 거의 다 해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네트워크 오디오 장치에서 감탄이 나올 만큼 좋은 소리를 뽑아내보고 싶다고 결심했다면 고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려져 있지 않고 그 끝이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괴로운 암흑의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쓸만한 제품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디오애호가를 위한 제품 개발이 진행되었고... 지금은 쓸만한 제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쓸만한 제품이 없다고 네트워크 오디오에서 이탈하셨던 분들은 좀 더 기다리셨어야 했습니다.
2017년에 출시된 AIM NA7은 노이즈를 차폐하는 방식으로 정숙함을 제공한 제품입니다. 이 시도가 잘 먹히는 환경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전원 사정이 좋지 않아 어수선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시스템의 밸런스가 고역으로 치우쳐져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용하면 어수선한 소리를 조용하게 만들어주며 기울어진 밸런스를 교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시스템이 음질적인 면에서 조악했던 암흑시대에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주었습니다.
AIM NA7의 성공 이후 AIM NA7을 벤치마킹하거나 유사한 노선을 밟고 있는 제품은 2018년작 Stealth Audio Black Magic V16, 2018년작 Dalby Audio Design Meda입니다. 2017년작 Vertere Acoustics HB 케이블의 경우 완전히 같은 과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계열의 제품은 네트워크 시스템에 하나만 들어가도 어수선하거나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정해 줍니다.
한마디로 난세의 영웅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난세의 영웅은 멸망할 수밖에 없게 된 잘못된 시스템을 더 살 수 있도록 연명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좋은 시대가 오는 것을 가로막는 역설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난세의 영웅 스타일은 좋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진가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거나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2019년 이후로 오디오 그레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 네트워크 장치 (네트워크 스위치 등)가 등장하게 되면서 난세의 영웅 스타일을 표방하는 이더넷 케이블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Stealth Audio의 경우에는 첫 제품 Black Magic V16에서 영웅 스타일을 표방하는 제품을 내놓았다가 시장의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얼른 Black Magic V16을 단종시키고 Black Magic V18를 출시하면서 재빠르게 노선을 변경해서 정통 하이엔드 케이블의 세계로 편입했습니다. 저는 과오를 빨리 파악하고 신세계에 맞는 신제품을 만들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리스펙트 하고 지지합니다. 발 빠르게 V21까지 출시했네요.
한편 Final Touch Audio사 (이하 FTA로 지칭)는 메인스트림 오디오 케이블 회사와 다른 시그니처가 담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FTA는 디지털 케이블에도 많은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Calisto USB 케이블이 그랬듯이 Matis 이더넷 케이블 역시 다른 회사의 케이블에서 느끼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습니다.
난세의 영웅 케이블이 대부분 소리가 억제되어 있는데 Matis는 180도 반대의 경향을 가집니다. 힘들여서 소리 나는 소리 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먹물이 화선지 위에 번져나가듯이 소리 나는 것 같고 열기구로 두둥실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음색의 표현은 매우 우수합니다. 하모닉스를 표현하는 것은 최고입니다. 이전까지 듣던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진 소리를 내줍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Matis가 하이엔드 제품처럼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느냐 한다면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 탄탄한 소리를 내도록 받쳐주는 것은 아니라서 격렬한 곡에서 가격이 3~5배 되는 다른 제품에 비해서 무르고 힘을 덜 들이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구형제품의 경우에는 이것이 좀 더 심해서 나쁘게 말하면 할아버지들이 좋아할 것 같은 취미성 제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FTA에서 구형 Matis 제품의 문제점을 수정하면서 소리가 이전보다는 좀 더 힘을 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형제품은 구형제품이 가진 마성의 소리를 10% 정도 잃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대차대조 해보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개선판 Matis 이더넷 케이블이 구형 제품보다는 음악을 덜 가리게 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점이 보완된 FTA Matis 이더넷 케이블은 한마디로 “좋아요”입니다.
P.S.
수정버전 Matis 이더넷 케이블 연결 시 데이터 이동 속도도 15 MB/s 까지 나옵니다. 룬 환경에서 사용해도 아무 문제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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