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레벨 퍼포마 F50 스피커 (내돈내산)

raker 2023. 5. 18. 08:49

2008/04/25

지난달에 오디오를 거실로 들고 나오면서부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북쉘프 스피커를 거실에서 계속 사용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입니다.

일단은 방에서 사용하던 레벨 퍼포마 M20과 B15를 연결하는 북쉘프+서브우퍼를 사용하는 조합으로 연결해 두었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2 채널과 SACD판 5.1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데 있어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B15 서브우퍼를 빼고 레벨 퍼포마 M20이 단독으로 2 채널 전대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이러면 2 채널 SACD와 5.1 채널 SACD를 동시에 운영하는 게 가능해지니까요. 레벨 퍼포마 M20은 염려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도 의외로 선전을 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형 시스템에 비할바는 못되었지요.)
그전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어 대형 스피커를 사용할 것을 고려할 수 없었지만 이제 거실로 나오게 된 이상 제약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으므로 새판을 짜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데다가 얼마 전 소개했었던 어머니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버린지라 기대 수준이 높아진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레벨 퍼포마 M20은 상당한 선전을 해 준 셈입니다.

 

그런데 레벨 퍼포마 M20 스피커는 성능만으로 메인 스피커로 잔류시키기로 결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드나들지 않는 방에 둔다면 괜찮지만 그냥 거실에 두기에는 위험합니다. 20kg이나 되는 육중한 몸체에 비해서 전용 스탠드가 3점 지지로 되어 있어서 금방 자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큰아이의 동네 친구가 놀러 와서는 M20을 엎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원목마룻바닥에는 그때 패인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지요. 사람을 덮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레벨 퍼포마 M20에 맞는 스탠드를 맞춤제작해서 안심하고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넘어지기 힘든 스피커를 구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여러 날에 걸쳐서 했는데... 결국은 돈을 써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메인 스피커를 새로 들이고 M20은 서라운드로 돌리기로 했습니다. 서라운드 스피커로 둘 위치면 애들이 뛰어다니다가 건드려서 넘어뜨릴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군요.

 

이미 레벨 퍼포마 M20, C30, B15를 가지고 있었기에 프런트 스피커로 레벨 퍼포마 F50을 선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좋더군요. 생김새도 괜찮고 대형기스러운 소리도 좋고 이제는 딱히 남부러울 이유가 없는 시스템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들여온 지 어느덧 한 달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몸이 안 풀렸나 실력을 모두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에게 꾸며드린 시스템에 비해서는 유리해야 하지 않겠나 싶은데... 어머니 시스템에 약간 미달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습니다.
앰프가 스피커를 어려워하는 듯한 인상입니다. 방에 있을 때 보다 디지털 어테뉴에이션을 덜 걸게 되어 해상력 부분에서는 유리해졌을 텐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해상력이 문제가 아니라 구동이 제대로 되는가에 대한 문제인 듯싶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dCS P8i와 크렐 FPB300을 직결로 연결한 시스템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추후에 예산을 더 끌어올 수 있다면 프리앰프를 투입할 것을 고려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블로그에 소스기기와 파워앰프의 직결에 대한 문의에 대해서 답변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새로운 고민거리를 달고 다녀서 그런지 어느 순간 느닷없이 미우라 씨의 dCS P8i 리뷰 내용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미우라 씨는 dCS P8i를 리뷰할 때 출력전압을 6V로 지정하여 파워앰프에 직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리뷰를 읽고 나서 저도 출력 전압을 2V와 6V로 한 것을 모두 테스트해 봤는데 그 당시에는 6V로 놓으면 디지털 어테뉴에이션을 많이 걸어줘야 했기 때문에 사용하기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계속해서 출력 전압을 2V로 지정해서 사용해 왔지요...
그런데 지금은 거실로 옮겨와서 공간이 넓어져서 디지털 어테뉴에이션을 많이 줄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6V 출력전압을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6V로 변경하고 나서... 들어봤더니... 빙고!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냐 싶게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멀리서 기어가는 것처럼 들렸던 소리가 이제는 적당히 발산하는 소리로 되었습니다.
이제는 앰프가 스피커를 제대로 굴린다고 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동안 연주자들 모두 어디 기어들어갔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제 자리에서 제 일을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디지털 어테뉴에이션은 예전보다 약간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방에서 사용하던 수준을 넘지는 않으므로 적어도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처럼 프리앰프 없이 파워앰프에 소스기기를 직결하여 사용하시는 분들은 돈 드는 일도 아니니 소스 기기의 출력 전압을 한번 바꿔서 테스트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