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청 바이올린 앨범 Top 5 - 김봄소리 - Faure, Debussy, Szymanowski, Chopin

 

2022/06/01

최근 1년간 애청해 온 바이올린 앨범 Top 5를 추려봤습니다.

1위는 대한민국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 Faure, Debussy, Szymanowski, Chopin입니다.
(2019 발매, 24bit 96kHz, WAV, Dynamic Range 20)

Deutsche Grammophone 레이블의 클래스와 영향력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고, 200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라파우 블레하치는 이미 명성을 가진 연주자입니다. 
그에 비해 김봄소리는 아직 성장 중인 연주자입니다. 김봄소리의 다른 앨범에서는 불안스러운 부분을 감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 있어서 만큼은 엄청난 연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파트너의 공이 지대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둘 사이의 교감은 뛰어납니다.

이 음원에서 첫 번째로 칭찬할 점은 톤이 정말 멋지게 수록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라모폰이 다른 레이블에 비해서 유독 우수한 점은 톤이 날아가지 않고 제대로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현시점에서 거의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이인자와의 격차가 아득한 단독 선두라 할만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칭찬하고 싶은 점은 고해상도 음원의 특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도록 다이내믹 레인지를 넓게 수록해 줬다는 점입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20입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대놓고 오디오 애호가가 좋아할 만한 수준의 음원을 출시해 줬네요.
(이렇게 다이내믹 레인지가 크면 대중적인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디테일이 들리기 어려워서 녹음이 잘못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도이치 그라모폰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그지 못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리스펙!)
특히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소나타가 오디오 시스템의 재생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음악 파일 재생을 개선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저로서도 이 음원 파일을 제대로 소리 나도록 하는데 많은 애를 써야 했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네트워크 시스템과 파일 재생 시스템을 거의 뒤집어엎었다 싶을 정도로 많은 시도를 했고, 케이블을 몽땅 교체하는 환란을 겪고서야 겨우 제대로 소리 나게 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강렬한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이런 세계를 만들어낸 작곡가 정말 대단하고, 이걸 이렇게 무섭게 연주해 낸 연주자의 능력에도 감탄이 나오고. 엄청난 개발력을 가진 오디오 업체의 실력에 감탄하게 되고, 이런 어려운 문제를 끝없이 깨지고 또 시도해서 풀어낸 나 자신도 대단해서 셀프 손뼉 쳐 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잠깐 언급했듯인 대중적인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이 음원을 듣고 실망할 경우가 더 높을 것 같고요…
그리고 고급 지향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고 하더라도 오디오 시스템을 LP 재생에 최적화시켜 둔 경우라면 이 고해상도 음원에 담긴 놀라움과 state of the art를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느긋한 톤을 가진 LP와 생생함이 고스란히 담긴 고해상도 음악파일과 애초부터 시작점부터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비유하자면 마치 호리병에 담긴 음식을 대접받은 여우처럼 입맛만 다시다가 실망하게 되어 버릴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LP에 중점을 두고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고해상도 음원파일 재생할 때 너무 피곤하게 들리게 될 것입니다.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연주자가 남긴 유작을 쓸어만지는 것에서 위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명연주와 진가를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싶다면, 오디오 시스템도 그 격에 맞춰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전용 시스템으로 구비해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