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롯데 콘서트 홀

raker 2023. 4. 22. 10:36

2017/05/24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어보려고 롯데 콘서트 홀을 찾았습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5층에 들렀다가 8층으로 가려고 하다가 엉터리 표지판으로 골탕 먹었는데, 이번에는 1층에서 8층 콘서트 홀까지 직통으로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애먹지 않았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콘서트 홀 바깥으로 연결된 테라스에서 롯데월드타워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급진 옷을 입은 처자들도 구경하고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패션 피플은 범상치 않은 구두를 신었는데 볼수록 자꾸만 눈이 가더군요. 구두가 심플하게 생겼는데 기능과 멋과 독특함이 잘 어우러졌고 주인도 잘 소화해 낸다 싶었습니다. 그 처자의 패션 센스에 감탄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 처자의 부모님의 경제력도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돈 버는 사람이라면 차마 자기가 번 돈으로 그런데 돈을 들이지는 못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요즘엔 YOLO족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만약에 증강현실 글라스를 가지고 있었다면 차려입은 옷과 가방과 구두에 들인 총견적을 알아보는 데 사용해 봤을 것 같았습니다.

지난번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 때보다는 약간 뒤쪽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좌석 위치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의 실제 소리는 처음 들었고요, 앙상블 유니송과 협연한 풀랑 오르간과 팀파니 현악기를 위한 협주곡 g단조를 통해서 현악단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는 깊게까지 내려가는군요. 오디오로 파이프 오르간 곡을 재생하는 경우에는 대개 깊게까지 내려가지는 못하고 중간 저역대나 높은 저역대에 에너지가 몰리고 부풀어서 과장되게 재생되는 편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스피커의 나무통소리가 들려...) 실연을 들으면 나무 소리가 빠진 저역의 소리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됩니다.

오르간 협주곡을 듣다 보니 오르간은 협주가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르간은 악기의 제우스라도 되는 듯 다른 악기의 소리를 뒤덮어 제압해 버리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간간이 오르간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는 동안 들리는 현악단의 소리는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현악기소리 끝이 선명하게 들리지 않고 흐릿하게 디퓨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노르스름한 착색이 느껴지는데 비해서 (예술의 전당 소리는 너바나 케이블이나 카다스 케이블의 엔트리급 제품에서 나오는 소리가 연상됩니다.)... 롯데 콘서트 홀에서는 현악기의 소리가 파묻히거나 멍청하지 않고 선명하게 잘 전달됩니다. 대역 밸런스도 잘 잡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 때와 마찬가지로 악기가 낼 수 다이내믹스의 끝까지 완전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롯데 콘서트 홀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일단 한번 롯데 콘서트 홀에서 좋은 음향을 맛보고 나면 역치가 높아져서 다른 공연장의 음향에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렸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피아노 독주회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내내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공연장의 음향환경이 별로 좋지 않아서 피아노의 대역 밸런스가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 했거든요. 몇 달 전에 빌데 프랑이 내한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때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2층 S석이라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피아노 독주회는 1층 R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가 나오다 보니 감안할 점도 없어 보입니다.

이래 저래 롯데 콘서트 홀에 거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롯데 콘서트 홀에서 공연하는 다른 연주들도 더 들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