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롯데 콘서트 홀

raker 2023. 4. 22. 10:27

2017/03/19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에 같이 가자는 사람이 있어서 롯데 콘서트 홀에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롯데월드 몰 1층 입구로 들어왔는데 콘서트 홀로 가는 동선이 간결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5층으로 올라갔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 활기찬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정신없고 소란스럽네요. 특히나 흡음이 안되어 울리는 것은 아주 끔찍했습니다. 3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건물이 동네 재래시장보다 음향사정이 낫지 못하다니 몹시 안타까왔습니다. 문득 일본 롯데 시설물의 음향사정도 이곳과 같으려나 궁금해졌습니다.

콘서트 홀로 가는 방향을 표시하는 안내판도 맞지 않았고 (아니면 방향지시가 직관적이지 않았거나) 콘서트 홀이 있는 8층의 동선 설계도 불만입니다. 티켓 발매, 프로그램 판매하는 공간 등이 매우 협소했습니다.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신경 써서 설계했더라면 그나마 나아질 소지가 있을 텐데 애초부터 그런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동선이 엉키고 어수선해지더군요.

하지만 공연장의 음향은 좋은 것 같습니다. 피아노의 에너지도 충분한 볼륨으로 들리고 소리가 빈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민간업자가 만든 공연장이 돈값(1500억원)을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일이 제대로 되는가 봅니다.
제가 앉았던 좌석 위치를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해 봤습니다. 객석 1층 C구역 11열 중간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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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 간략히 인상만 남겨봅니다.

바흐 토카타, 아다지오와 푸가 C장조 BWV564 (부조니 편곡)에서 애매한 점은 없었고 자신이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간혹 흐름이 정체되어 반복이 되는 것 같고 개미지옥에 빠진 건가 싶은 기괴한 느낌을 받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혹시 풀리지 않는 문제를 푸느라 고민하는 인생을 묘사하려고 하는 건가?' 싶은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지 특별히 어색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23번 열정 소나타에서는 피아노 악기가 내줄 수 있는 최대의 다이내믹스를 표출해서 마음껏 울려줬습니다. '피아노는 남성 연주자들이라야 제대로 다룰 수 있어'라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마음에 드네요. 최근에 발매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집 녹음에도 이런 어마무시한 음량이 제대로 포착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요.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브람스 곡에서는 원숙미를 보여주어 '이 사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한 악기는 스타인웨이였는데 사이즈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콘서트용 D사이즈겠죠? 악기의 톤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골든 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을 좀 더 요약해서 표현하자면 이렇게 되겠네요.
'프로 연주가의 면모를 보여준 당당함이 느껴지는', '신선한', '악기의 극한까지 마음껏 울려댄', '멋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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