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리뷰 - 기타

굿모닝 오디오 하이엔드편 출간

raker 2023. 4. 19. 19:36

2014/04/30
'굿모닝 오디오'가 나온 지 5년 만에 '굿모닝 오디오 하이엔드 편'이 나오게 되었네요.
굿모닝 오디오는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는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라면 굿모닝 오디오 하이엔드 편은 그보다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오디오 애호가를 대상으로 오디오 얘기를 들려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오디오는 한편으로는 전기/전자/소재/기계적인 부분에 기초를 두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심미적인 면과 관련이 있는 특이한 분야입니다. 전기/전자/소재/기계적인 요소를 동원하여 물리현상을 완전하게 재현해 내기란 어렵기 때문에 오디오 설계자는 보통은 하나를 희생해서 다른 부분을 돋보이도록, 다른 부분에서 더 잘 동작하도록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오디오는 원래 불완전한 면이 내재되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불완전성과 선택의 결과가 다양한 오디오 특성을 부여하게 되었고요... 남자의 두뇌가 객관적으로 듣는 능력이 떨어지고 추상적인 면이 있다 보니 다양한 분화와 시도를 용인해 주었습니다. 오디오가 남성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탐하고 빠져들만한 매력 있는 분야인 것은 맞습니다만 갈래길이 많아서 오디오 활동에 대한 얘기를 해주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한 점이 있기도 합니다.

저자는 심화된 오디오 얘기를 풀어가게 될 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디테일에 공을 들였습니다. 심미적인 기준을 정하게 될 때 어느 부분에 중심을 맞춰야 하는지 많이 고민한 것 같고 결국 오디오 발달사를 조명하여 음색형 오디오, 음장형 오디오, 음상형 오디오라는 카테고리로 설명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리코딩의 특징도 그런 설명과 잘 동화되었습니다. 그런 뼈대에 뇌과학과 음악학, 음향학, 음향심리학 등을 접목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하이엔드 오디오를 설명하기 위해서 선택한 음상형 오디오라는 관점은 하이엔드에서 추구하고 있는 리코딩 정보의 손실을 최소화시키려는 개념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한 맹점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설명과 톤이 네거티브해서 하이엔드 오디오를 소재로 다루기는 했지만 제대로 소개했다기보다는 괴상한 시도처럼 묘사된 것 같고 심지어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의도가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용어로 이 책의 톤을 표현하자면 '음색형의 오디오 애호가와 음장형의 오디오 애호가가 바라본 덧없는 하이엔드 오디오 세상' 같습니다. 글 내용도 굿모닝 오디오에 비해서 많이 어려워지고 또한 어지러워졌습니다.

저자는 논란을 감수한다고 밝히셨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오디오 활동과 학습을 꾸준하게 해온 저로서는 글의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오디오 가치관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누가 오디오에 대한 글을 쓰더라도 완전히 공감이 되는 경우를 보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만...)
오랜 세월에 거쳐 여러 방면으로 방대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오디오와 미묘한 조합을 단순화시킨 프레임으로 담아보려고 애써 시도를 해보는 것보다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든 제작자들이 제품을 만들게 된 의도를 조사하여 애정을 담아 소개하고 보강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덧붙인다거나, 오디오 애호가들이 접하는 취사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지 조언을 해주고 길잡이 해주는 구성이었다면 흥미도 있고 공감하는 바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를 든다면 키스 존슨이 광대역 앰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아날로그의 거인 아이버 티펜브룬가 PCM는 끌어안았지만 DSD는 배척하는 이유, 밥 스튜어트가 프리링잉을 없애기로 한 까닭, 찰스 한센이 분리형 DAC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 로렌스 디키가 추구한 공명과 반사로부터의 해방, 짐 틸이 갈고닦은 코히어런스 소스의 세계, 하만카돈에서 사이코 어쿠스틱 연구를 통해 찾아낸 오디오 설계의 비밀, 골드문트가 디지털 프리앰프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 골드문트의 영업비밀 케이스워크 탐구, 에어에서 EI 코어 트랜스를 사용하는 이유, 캐나다의 국책사업이라는 오디오 산업, 파워케이블을 바꾸면 음질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캘린 가브리엘 등등)

어쨌거나 누군가 먼저 첫 발을 내디뎌야 이를 반대하는 담론도 나오고 나중에 종합된 담론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 지금 이 순간에 조급하게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윤욱 님은 제가 이 글을 읽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미 잘 알고 계십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