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피아노 녹음의 정점

raker 2023. 4. 17. 20:02

2012/07/31

피아노 매니아라는 DVD에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바흐곡 '푸가의 기법' 리코딩을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나오는 피아노를 주의 깊게 선택하고 피아노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도록 조율사에게 까다로운 (불가능해 보이는) 주문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조율사는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음향을 만들기 위해서 극한으로 공을 들여 조율하고 그 과정이 DVD 타이틀에 빠짐없이 담겨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녹음된 결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CD에는 얼마나 좋은 소리가 담겼을까 기대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들어보면 결과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녹음한 음향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엔 스튜디오 마스터에는 제대로 소리가 담겼겠지만 (녹음한 것을 피아니스트와 조율사가 같이 듣고 놀라워하는 부분이 나왔거든요)... CD로 발매하기 위해 다운샘플링 하면서 정보가 손실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DG에서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을 발매하면 그 궁금증이 풀리게 되겠지요.

피아노를 오디오로 재생하려면 악기가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스와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재생하기 위해서 앰프와 스피커는 어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쌀알에 글씨를 새길 수 있는 정밀도를 가지고 있는 포클레인이어야 한다고 할까나... 또한 녹음의 면에서 봤을 때에도 실물의 느낌에 가깝게 하려면 녹록지 않습니다. 정보량(bit)은 물론이고 높은 주파수로 샘플링해야 합니다. 24bit/96kHz로는 실물의 느낌을 내주기에는 부족하고요 24bit/192kHz급의 음원이 필요합니다.

PCM신호를 샘플링할 때 높은 주파수로 샘플링해야 재생음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은 사람이 초음파를 듣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설명은 frequency domain의 측면에서 접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완전히 넌센스입니다.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사람이 time domain의 측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PCM신호에서 샘플링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DAC에서 응답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고. 192kHz 정도가 되면 아날로그(LP)나 DSD 정도의 응답 수준에 육박하게 되는 겁니다.

한편, 제가 에마르의 녹음을 접하기 전에 접한 다른 192kHz급 마스터 음원에서 피아노 녹음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Gottlieb Wallisch가 연주하는 Mozart in Vienna라는 타이틀입니다. 192kHz/24bit PCM음원이고 Linn Record에서 다운로드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SACD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동안 Linn Record에서 발매한 피아노 곡은 완전하게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것은 예외입니다. 연주도 좋을 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악기 소리도 생경하지 않고 녹음의 퀄리티로도 지상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에 Linn Record에서 후속 리코딩 Mozart: Paris & Vienna를 발매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녹음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