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

raker 2023. 4. 13. 12:51

2006/04/04
제가 가지고 있는 율리아 피셔의 음반은 두 종류인데,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 하차투리안/프로코피에프/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먼저 구입했었던 것이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습니다. 율리아 피셔는 당차고 열정적이면서도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비범한 능력을 갖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다음에는 평단의 평가가 좋았던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구입해 듣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첫 음을 듣는 순간부터 다른 세계에 보내진 것 같은 특이한 느낌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내부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게 인도하는 템포 설정도 그렇고... 여백이 살아나 깊이감이 오히려 커진 것 같게 느껴집니다.
펜타톤클래식의 훌륭한 녹음도 음악에 빠져드는데 방해를 주지 않게 해서 음악 감상에 이상적인 뒷받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여러 바이올리니스트들에 대해서는 느껴지는 인상을 적어봤습니다.
힐러리 한의 경우는 정면으로 부딪치는 느낌은 적고 외곽으로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동적인 느낌을 전달해 주는 화법을 사용한다면,
율리아 피셔는 자신이 정점이 되어서 소리의 발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화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아도취적인 안느소피 무터와는 다르게 음악이 주인공이 되도록 이야기를 펼쳐주는 고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죠세포비치는 건강하지 못한 정서로 술에 취한 여자가 가엾은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 같다거나 아니면 어딘가 퇴폐적인 느낌을 주었던 기억이고...
김지연은 여우짓하는 기생같이 찰싹 달라붙는 색다른 느낌이었고...
아키코 슈와나이는 독립성이 결여되었고 무서움 투성이의 겁먹은 듯한 불안한 발걸음이 연상되었었죠. 이런 연주를 들으면 숨쉬기가 불편해집니다.
다행히도 미도리는 주목할만한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장영주의 화려하고 불꽃같은 대담함도 그 나름대로 매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언급되었던 여러 연주자 중에 율리아 피셔는 그중에 유럽의 분위기가 제일 많이 묻어나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도리나 율리아 피셔는 예술가로서 그들보다 반 계단 위에 서있지 않나 싶고요...

율리아 피셔의 또 다른 음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도 구입하고 싶은데 품절 상태라 궁금증을 더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