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3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1992)의 실사판입니다.
27년 전 애니메이션 영화판에는 미국인이 외국문화를 보는 무지와 왜곡이 담겨있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지에 대한 자성이 생기게 되면서 비판이 되는 부분을 다듬어낸 모양입니다. 덕분에 2019년판 실사판 영화에서는 부대끼는 점 없이 고전에 바탕을 둔 판타지 영화로서 즐겁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술탄이 지배하고 있는 아그라바 왕국의 2인자인 자파르(마르반 켄자리)의 욕구가 이 스토리의 동력을 만들어냅니다. 자파르는 2인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일인자가 되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판에는 자파르가 계획하는 모든 행동이 이 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일관성 있는 행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영화판에서는 그렇지 못한 편입니다. 골치 아픈 소리를 골라하는 자스민 공주를 굳이 왕비로 맞으려고 하는 동기가 석연치 않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판에서 다룬 전개를 사용하자면, 자파르는 신비의 동굴 속에 봉인되어 있는 램프의 힘을 빌려서 술탄이 되기로 하고 램프를 가져올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자를 찾습니다. 자파르는 알라딘이 그 일에 적격인 걸 알고 그를 그런 용도로 써먹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파르는 술탄에게 최면을 걸어서 자신을 자스민 공주와 결혼하게 해서 왕위를 빼앗으려고 했지요. (자파르의 Plan A: 리스크 높지만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 Plan B: 사회적인 공인을 받는 혼인을 매개체로 해서 권력을 확보함으로써 리스크는 낮추고 고생은 덜 수 있긴 하지만 그 대신에 오랜 시간 살아남고 인내해야 하는 것이 단점)
알라딘(미나 마수드)은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좀도둑으로 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라딘은 길거리에서 만난 세상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여인을 도와주면서 연모의 정을 가지게 됩니다. 자파르에게 잡힌 알라딘은 신비의 동굴 속에 봉인된 램프를 가져오라는 회유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신비의 동굴에 갇히게 되는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자 세상에 대한 큰 욕심이 없었던 알라딘은 여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소원을 사용합니다.
지니(윌 스미스)는 알라딘이 욕심이 없는 것을 보며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선배이자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어합니다. 지니는 만년동안 자신의 능력을 써서 돈과 권력을 탐낸 자들의 말로를 봐왔습니다. 거짓으로 시작한 알라딘이 거짓말이 탄로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또다시 거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모습에 선배이자 친구로서 충고를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니도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고 존경할 수 없는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것에 피로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로움을 원합니다.
재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의 역할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중요해 졌습니다.
예전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자스민 공주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데리고 있는 말괄량인데 양탄자를 태워주고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 알라딘에게 반하게 되는 것이 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해낸 용기있는 자에게 술탄이 내려주는 최고의 트로피로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판에서도 이런식으로만 다뤄졌다면 알파걸들이 성장해서 세상의 주역이 된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처럼 겉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영화판에서 자스민 공주는 좀 더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고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왕족으로 태어나 경험도 못하고 아무것도 시도해 볼 수 없는 처지에 대해서 (여왕이 살해된 이후 왕은 공주의 신변보호에 대해 공을 들이게 됩니다) 한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애민정신을 계승하고 싶어하고 무의미한 전쟁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자스민 공주의 주변에는 자신의 세계관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스민 공주의 말을 지지해 주는 것은 오직 시녀 달리아 뿐입니다. (원작에 없던 시녀를 만든 것은 대화를 통해서 자스민 공주가 어떤 생각을 가진 인물인지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자스민 공주의 현실은 골빈 이웃나라 왕자들의 줄이은 청혼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자스민 공주는 현실은 답답하게 여기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던 자스민 공주 앞에 나타난 알라딘/알리 아바브 왕자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입니다. 그는 자스민 공주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을 적극 지지하고 북돋습니다. 골빈 왕자들에게는 냉담했던 자스민 공주였지만 알라딘/알리 아바브 왕자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술탄왕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자스민 공주는 용기를 내는데 이때 부르는 노래 Speechless는 정말 압도적입니다. (애니메이션 판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영화는 자파르가 자신이 그토록 절실히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술탄체제는 점진적 변화를 허용하면서 긴장과 불합리가 해소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디즈니답지 않으면서도 디즈니스러운 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라딘은 가족영화로도 좋고,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아도 좋고, 영화 팬으로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절실히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쌍방이 서로 안정화된다. (교섭이 막히고 태세가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가급적 빨리 원안은 버리고 태세를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대안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직접적이고 강렬하되 교섭 조건은 모호하게...)
그리고 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무슨 소원을 얘기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봤는데.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는 생각해 뒀다가 십 년에 한 가지씩 꺼내 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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