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8 00:31:23
SACD/CD 플레이어 마란츠 SA14 Ver.2
스펙
- 재생 가능 디스크 : SACD 스테레오, CD, CD-R, CD-RW
- 아날로그 출력 (2 채널만 지원): 언밸런스, 밸런스드
- 디지털 출력 (SACD제외) : 동축 (S/PDIF RCA), 광(TOS)
- 크기/무게 : W458XH110XD392mm / 11.8 Kg
- 비고: 밸런스 출력 HOT = 3번 핀
- 문의: 마란츠코리아㈜ 02)715-9040
- 가격: 인터넷 쇼핑몰가 249만원
오디오파일들의 예상이나 기대와는 다르게 CD 이후의 차세대 음악포맷은 어느 한쪽이 도태된다거나 흡수통합이 되는 방향으로 되지 않고 그 대신 SACD와 DVD-A 둘 다 제각기 독자적으로 살아남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 대신 CD가 도태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거를 통해 어느 정당을 지지하듯이 특정 포맷을 특별히 투표해서 밀어주고 또 다른 한쪽을 도태시켜도 괜찮을까 하며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어 버렸다. 음악 타이틀이 수록된 포맷에 불문하고 단지 마음에 드는 연주가 수록된 고음질 타이틀을 구입하고 두 포맷을 모두 지원하는 플레이어를 통해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디오 잡지 스테레오사운드의 평가를 참고로 하자면 오리지널 마란츠 SA14는 동가격대의 소니 SCD-XA777ES에 경쟁에 큰 차이로 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마란츠 SA14 ver.2로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그 위치를 역전시켰다.
스테레오사운드의 기사에 의하면 업그레이드 대상은 HDAM모듈의 덮개를 걷어내었고 몸체 내부의 노이즈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미소 레벨의 디테일 묘사가 향상되고 음장 스테이지의 투명도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밸런스 출력의 음질 향상도 주요 개량점이라고 한다. SA-14 ver2.0은 전작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사용한다. 겉면에서 달라진 부분은 트레이 아래쪽에 금속판이 더 달려있는 것으로 겨우 구분이 될 뿐이다. 후면의 제품명도 전작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 후면에는 custom과 standard로 디지털 컷오프 필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공장 출하 고정위치인 standard는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사용하면 되며 앰프나 스피커가 가청주파수 밖에서 발진이 일어나지 않는지 제조사에 문의해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확인받고 나면 Custom 컷오프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
소리는 어떨까
이 제품은 전체적으로 표정이 밝다. 빨간빛을 내는 보석처럼 화려하고 소리가 예쁘게 들린다. 내성적이고 침잠하는 재생음 특성과는 관련이 적다. 소리의 특색은 CD타이틀을 재생할 때와 SACD 타이틀을 재생할 때와 거의 비슷하다. 대역의 밸런스 상으로 봤을 때 무게가 실종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묵직함이 느껴지는 타입도 역시 아니다. 권투 선수로 치자면 밴텀급(53.52 Kg 이하)에서 페더급(57.15Kg 이하) 사이에 해당할 것 같은데 움직임이 매끄럽고 경쾌하고 쉬 지치지 않으며 재생하는 과도응답은 현란하고 재빠르고 애매한 구석이 없다. 그리고 해상력이 좋으며 디테일도 아주 훌륭하다. 대역폭은 넓은 폭이어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바꿔 들어도 단조로움을 느끼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좋게 느껴진다. 마란츠는 크릭 5350SE 인티앰프나 크렐 K400xi 인티앰프에도 괜찮지만 좀 더 좋은 결과는 의젓한 고역을 가진 마크레빈슨 383L 인티앰프 쪽에 좀 더 매칭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상승작용이 생긴다. 이상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란츠 SA14 ver.2는 여러 가지 면에서 B&W 시그니처 805 스피커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고 느꼈다. 시그니처 805스피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성숙한 제품인 노틸러스 805란 것을 기반으로 해서 보완되면서 완성도가 높아진 것처럼 마란츠 SA14ver.2도 마란츠 SA14에서 몇군데 성능 개선을 통해서 보다 완숙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개성적이면서도 소유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거부할 수 없는 디자인의 결실도 그렇고 이전 제품의 몸통을 그대로 사용함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개발비 절감이 그대로 개선형 제품가에 반영됨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가격경쟁력 강화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두 제품 모두 비싼 제품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B&W 시그니춰 805스피커가 2웨이 스피커의 최고봉에 도달해 있지만 3웨이의 플로어형 스피커에게 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마란츠 SA14ver.2도 분명 이보다 더 좋은 제품에 비해서는 미달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까지도 유사하다.
만약 필자가 B&W 시그니춰 805나 마란츠 SA14 ver.2의 미진한 부분을 묘사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폄하되어야 할 제품이라고 취급당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가격이나 디자인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이만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강세로 유럽제품들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마란츠 SA14 ver.2의 확고한 위치에 도전할만한 제품은 일제제품 외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CD와 SACD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단순화시키고 싶다는 강한 유혹에 직면해 있다. 만약 몇 개월만 조금 더 일찍 리뷰할 기회가 있었다면 벌써 이 제품을 소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시청기기
- 소스기기: 마란츠 SA-17S1, 소니 XA3000ES, 퍼페츄얼테크놀로지 P-1A+P-3A+모노리딕 파워플랜트 P3, 크릭 CD53
- 앰프:마크레빈슨 383L, 크렐 400Xi, 크릭 5350SE, 아캄 델타 290, 에어 K-5x프리앰프, VTL ST-85, 온쿄 TX-NR900 AV리시버
- 스피커: 달리 Helicon 400, 레벨 퍼포머 M-20,
- 인터커넥터:모가미 NEGLEX 2549, 김치호케이블 캔디, 리버맨 고딕, 후루텍 FA-220, 실버소닉 BL-1, 카나레 RCAP-GS6, 리버맨 바이칼, 오디언스 Au24, 리버맨 레드 드래곤,
- 스피커케이블: 알파코어 괴르츠 MI2
- 디지털케이블: 카나레 L-3C2VS, 오디오플러스 Polyvis-2, 모가미 NEGLEX 2549, 벨덴, 카나레 DA202
- 파워케이블: 오디오플란 파워S, 오디언스 PowerChord
- 기타 액세서리: Black Diamond Racing Cone type #3,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RPG Korea 어퓨저,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테크나소닉 C-10
- 맺음말
다른 제품들과의 비교에서는 크렐 SACD스탠더드는 라이트 헤비급(79.38Kg 이하) 정도의 건실한 골격을 보여주지만 그 대신 과도응답이란 면에서 보면 마란츠만큼의 민감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과도응답의 리딩 에지가 덜 살아나서 고역은 약간 더 소프트한 느낌을 준다는 기분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해서 부연하자면 크렐 SACD플레이어의 CD재생능력의 전반적인 능력은 마란츠에 비해서 앞서는 수준이다. 소니 XA3000ES의 경우에는 주니어 밴텀급 (52.16 Kg 이하) 이거나 플라이급 (50.80 Kg)에 해당한다. 과도응답만으로는 마란츠와 동격 수준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소리가 약간 더 앞쪽으로 돌출되어 나오며 너무 깔끔을 떨어서 가녀리게 들린다는 기분이다. 소니 XA3000ES의 경우에도 그 가격대의 전용 CD플레이어의 수준에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CD전용기로는 음악성이 뛰어나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크릭의 CD53과 비교해 본 결과 최신의 기술을 적용한 마란츠 SA14의 정보량과 해상력 유연함 색채의 화려함에 의해서 크릭 CD53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실패한 것 같다. 퍼페츄얼 테크놀로지의 P-1A, P-3A DA컨버터(Op amp를 버브라운 627로 교체시킴)에 비교하면 마란츠 SA14의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인다. 퍼페츄얼 테크놀로지가 좀 더 볼륨감이 있는 골격을 가지고 있고 중용적인 면을 더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색채감이 화려한 마란츠 SA14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 듯싶다. 우선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인위적인 어색한 소리를 재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되겠다. 아캄 FMJ CD23T나 스텔로 CDA200SE급의 제품에서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제품의 한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인위적인 재생 부분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데 이 제품에서는 강요하는 듯한 억지스러운 면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그 매력으로 삼을 수 있겠다. 고역이 잘 틔여져 있는 개방된 소리를 내주지만 소란스럽다는 어수선한 느낌을 주지 않으며 음악의 표정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어 음악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달받게 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타 업체의 AV관련제품들이 음악에 대해 무신경한 것에 비해서 마란츠의 AV관련제품은 항상 수준 높은 음악재생품질을 유지하는 일관성과 철저함을 가지고 있어서 필자는 마란츠의 음악중시사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하이파이 오디오 부문에서 보자면 그리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고급제품이건 보급제품이건 간에 일관되게 중역대에 마란츠 특유의 목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노르스름하게 느껴지는 색채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다른 하이엔드 업체에서 주장하려고 하지 않는 부분을 표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소스기기 치고 재생음의 무게 밸런스가 제대로 잡혔다 싶은 적이 없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란츠 SA14 ver.2는 개량되는 과정에서 마란츠 특유의 색채를 강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좀 더 마란츠의 제품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24비트 192kHz 대응 PCM과 DSD처리가 가능한 DAC인 시러스 로직 CS4397 (디지털 필터 내장형 2 채널 DAC)을 채용했으며 CD와 SACD는 공통된 회로로 처리된다.
외관은 은은한 샴페인 골드다. 색상은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제품의 디자인과 소리와도 잘 어우러진다. 중앙의 둥근 창은 마란츠의 명기로 알려진 9 파워앰프의 오마쥬인데 이전의 마란츠 제품을 본 적이 없는 아내에게 물어보았더니 잠망경이 연상된다는 의외의 답을 얻었다.^^
리모컨도 마란츠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기다란 모양과 호환된다. 고품격의 샴페인 골드로 마감되어 있다.
바닥은 조립 시 용이하도록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는데 저가형 제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제품의 기획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트레이는 디스크가 놓일 부분이 깊게 파여 있지 않아서 닫히다가 CD가 끼이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이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문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만한 소니제품 쪽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모터구동음이 들리는데 이것은 전 디스크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디스크에서만 나는 것으로 보아 디스크의 편심 공차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일 사용자의 관심이 CD 전용 플레이어를 정리하고 CD플레이어를 대체할만한 차세대 음악포맷 재생제품을 구해야겠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적합한 제품을 찾기는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경우 CD의 재생능력이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많이 쏠리게 되며 그러자면 자연히 유니버설 플레이어의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 이런 주문에 부응하는 쓸만한 유니버설 플레이어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고 게다가 앞으로도 등장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 대신 어떤 재생장치가 CD재생 능력을 우선할 수 있겠느냐는 주문에 충실하게 부응할 수 있다면 비록 그 재생장치가 차세대 포맷 중 하나밖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또한 멀티채널 재생이 되지 않는 핸디캡을 가질지라도 용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바로 그런 사용자를 위한 제품으로 뮤지컬 피델리티의 트라이비스타 SACD가 해당되겠다. 이 제품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나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를 가졌다면 좀 더 여러 사람들에게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바로 이번에 소개할 마란츠 SA14 Ver.2가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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