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플레이어 외

오디오넷 ART V2 CD플레이어 (내돈내산)

raker 2023. 3. 19. 11:00

2003-07-03 13:01:50

오디오넷은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로 앰프, 소스기기 등을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ART란 aligned resonance transport의 문두글자로서 제품명만으로도 진동처리 기술을 사용하여 안정적인 트랜스포트 능력을 가진 CD플레이어인 것을 알려주고 있다. V2는 두 번째 버전 (version 2)을 뜻하는 것이다.

상당수의 오디호 애호가에게는 아직 이 회사의 이름이 낯설 텐데 이 제품을 보고 있노라면 단지 이름뿐만 아니라 다른 CD플레이어와 다르게 보이는 부분도 꽤 많아 보인다.
18kg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 까실한 촉감을 주는 넥스텔 처리 상판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톱로딩 메커니즘, 트랜스포트로 써도 될 것 같은 다양한 디지털 출력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음질을 고려하여 디지털 출력을 끌 수 있게 한 점, DSP를 사용하여 디지털 필터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한 점 들이다.

 

만듦새

이 제품의 설계에는 진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흔적이 엿보인다. 10kg에 달하는 그라나이트 돌판 위에 클럭 회로와 전자부속은 플로팅 시켜서 진동으로부터 격리시켰다. 상판과 옆면은 Medium Density Fiber를 사용하여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에 의한 떨림을 방지하도록 고려했다, 그리고 사용된 몸체에 사용된 철판의 두께도 2밀리미터짜리를 사용했다. 픽업과 유닛은 5밀리미터 두께의 밀링가공을 한 알루미늄 판 안에 장착되며 이 부속은 폴리에스터 끈으로 상판에 연결되어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섹션에 공급되는 파워서플라이는 서로 분리되어 있다. 각각은 50VA 용량의 토로이드 트랜스포머가 사용되었고 여섯 단계의 전압 스태빌라이저를 통과하고 빠른 디스크리트 전압 레귤레이터를 통과한 것을 사용하게 된다.

D/A변환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와디아나 쎄타처럼 디지털 오디오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가진 회사에서나 시도할 수 있었던 DSP(digital signal processing)를 사용하여 이뤄진다. 그 덕분에 프로세싱 파라미터를 바꿔서 두 가지의 디지털 필터링 방식 중 선택하여 즐길 수 있게 했다. digital filter 변환 스위치는 후면에 있다. 설명서에는 두 필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Audionet :
    a digital filter will be calculated with short rush in time and long decaying. This has the effect of a short transient time though achieving an excellent amplitude and phase linearity up to 20kHz.
  • Lagrange:
    the impulse response of the digital filter is symmetrically. Transient and decay time are both very short leading to a frequency response with a slight amplitude degrading above 16kHz. 제품 설명서에 의하면 두 가지 필터 중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들을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의 것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지는 않다.

    디지털 출력은 RCA단자, AES/EBU 그리고 BNC단자를 모두 지원한다. 디지털 출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CD플레이어로만 사용할 경우)에는 후면의 스위치를 조작하여 디지털 출력을 끌 수 있다. 따로 테스트해보지는 않았지만 고주파대역의 노이즈 방출이 줄어들어 소리가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형광 디스플레이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제공되는데 국내에서는 파란색을 선호하여 파란색 위주로 공급된다. 디스플레이는 밝기를 조절한다거나 끌 수 없다. 트랜스포트의 능력에 따라 재생음질이 좌우되는 이유 이런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 볼 수 있는 안성맞춤 기기로 코드 DAC64가 있다. 필자가 테스트해 본 결과에 의하면 그 가정은 틀렸다. 좋은 소리를 내주기 위해서는 좋은 트랜스포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것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개념이 필요합니다. 요약하자면, CD트랜스포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러 종류에는 4가지가 있습니다: F0, C1, C2, V0. 이중 두 가지 타입의 에러는 트랜스포트에서 대략적인 계산에 의해 에러를 보정합니다. 3번째와 4번째 에러에 대해서, 트랜스포트는 데이터를 수정하지 않고 D/A컨버터에서 교정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문제는 트랜스포트 자체에서 보정하려고 시도하는 앞의 두 타입의 에러에서 유도됩니다. 이 에러들은 D/A로 신호가 가지 않아서, 트랜스포트가 적절히 에러를 보정했는지를 입증할 메커니즘이 없습니다.
    그래서 DAC에서 지터 감소회로를 갖고 있을지라도, D/A는 이미 트랜스포트에서 잘못 수정된 에러들을 보정하지 못합니다. 트랜스포트에서 잘못 수정된 에러들은 지터에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장형이건 외장형이건 상관없이 어떤 지터 메커니즘 회로나 장치를 통해서도 수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폭이 잘 감쇄되고 레이저 다이오드 트래킹 문제에 면역이 된 트랜스포트를 사용해야만 되는 이유입니다. 이 경우에 첫 번째 두 타입의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최소화되고 따라서 음질이 보존됩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대단히 넓은 대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다음 특징을 얘기한다면 특별한 소리를 끼워 넣지 않는 중용의 소리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부연하자면 ART V2를 다른 제품과 구분 짓게 하는 것은 저역에 실린 무게감이다. 저역의 무게를 제대로 내줄 수 있다면 토대가 튼튼한 건축물처럼 안정된 음악을 재현해 줄 수 있다. 영상기기로 비교한다면 CRT프로젝터처럼 블랙이 완벽하게 나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깊이감 있는 화면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ART V2가 내줄 수 있는 전체 골격의 밑그림과 규모와 견줄만한 전대역을 내줄 수 있는 제품으로는 BAT나 심오디오 이클립스 같은 정상급 일체형 CD플레이어 정도를 꼽아볼 수 있겠다. 이런 규모 재생이라는 면만 관찰하자면 심지어는 1만 5 천불짜리 프레스티지급의 mbl 트랜스포트에 비교해도 그렇게 많이 아쉬움을 주지 않는 정도다. 양희은의 1991년도 언플러그드 앨범을 들어보면 짙은 무게가 실린 양희은의 끈기 있고 심지 있는 보컬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소리는 저역이 적절히 제어되지 않아서 느껴지는 느긋한 풍성함이라거나, 두툼하고(퍼진) 진득한(느린) 소리를 내준다기보다는 반응이 빠르고 잘 제어된 소리를 내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CD플레이어의 시금석인 글렌굴드 연주(1981년 녹음)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번 트랙을 재생시켜 보면 피아노의 배음이 깨지지 않고 재생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급기에서 웬만해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는 파비요 비욘디 연주와 지휘로 비발디 [화성의 영감]도 이 제품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손쉽게 표현된다. 힘겹게 낑낑대는 소리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ART V2는 디지털 필터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오디오넷 알고리듬 필터를 선택하면 롤 오프가 없고 군더더기 없는 날렵하며 밸런스가 잘 잡힌 소리가 들린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선택이다.

    이와는 달리 라그랑쥬 알고리듬 필터를 선택하면 16kHz부터 롤 오프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오디오시스템의 소리가 피곤한 쪽으로 맞춰져 있거나 LP에서 CD로의 트랜스퍼가 좋지 않은 경우, 또는 녹음 자체가 피곤한 소리를 내준다거나 할 때, 아니면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 좀 더 호소력 있게 들리게 하고 싶을 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애꿎은 케이블 바꾸기를 시도해서 튜닝을 시도해 볼 필요 없이 필터만으로 대역을 조정하는 방법인 셈이다.

    만일 두 필터 사이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오디오시스템이 그런 변화를 둔감하게 하는 쪽으로 자리 잡혀 있거나 개인의 신체적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고민에 쌓일 필요는 없다.

    또한 다른 문헌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16kHz 이상의 정보를 플랫 하게 내줄 수 있는 환경에 두었을 때 지나친 밝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한다. 혹시 본인이 그런 경우라면 굳이 고통을 감내하며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1991년도에 AAD방식으로 릴리즈 된 오토 클렘페러 지휘 말러 [대지의 노래]를 들어본다. 훌륭한 연주로 손꼽히는 것이지만 CD로 트랜스퍼할 때의 문제로 인해서 몇 분 밖에 안 되는 곡 하나조차 제대로 듣기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디지털 필터를 라그랑쥬에 놓으면 음악을 듣게 해주는 시간을 훨씬 늘려준다. 끝내며 참고로 오디오넷에서는 자사의 ART V2 CD플레이어를 위한 액세서리로 전용 파워코드를 마련해 놓고 있다.
  • 모든 면에서 만족을 주는 제품이란 찾기 힘든 편이다. 이 제품도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제품의 장점 그 자체가 오히려 사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도 하니만큼 되도록이면 들어보고 나서 구입을 결정하실 것을 권장한다.
  • 라그랑쥬 알고리듬 필터의 세팅은 어떤 면에서는 HDCD필터를 스킵시키지 않은 (기본설정 상태의) 심오디오 문 이클립스 CD플레이어의 분위기와 약간 닮아 있다.
  • 디지털 필터를 라그랑쥬에 놓고 폴리니가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을 들어보면 무게 중심이 낮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저역 때문에 고역이 마스킹된 것 같지는 않으나 소리가 약간은 늦춰진 듯한 느낌을 주며 좋게 얘기하면 친근함을 주지만 솔직히 말해서 콘서트 피아노의 정직한 소리였다고 보기는 아닌 듯하다. 차라리 재즈 피아노곡이라면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인다.
  • 디지털 필터
  • 이 제품의 또다른 우수한 점은 고역 확장성이 좋다. 그래서 일부고급 기기들에서 부드럽게 감아버리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한 것 같은 재생 특성으로 인해 약동하는 음악의 생동감이 잘 재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역 확장성이 좋다고 하면 듣기 싫은 가녀리고 뾰족하거나 거친 소리를 곧바로 연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고역 확장성이 좋은 기기에서 내주는 특성이 아니라 왜곡이 심한 제품에서 내주는 특성이므로 오해가 있었다면 푸시기 바란다.
  • 이 제품은 특별히 조작된 화성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며 모범적인 소리를 제대로 내준다. 그리고 다이내믹스와 해상력이 좋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부분에서조차도 악기의 질감과 힘의 실림과 풀림 등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 그렇지만 저역이 잘 재생된다는 것을 다른 대역을 뒤덮어버린다거나 반주가 노래를 침범해서 노래가 들리지 않게 된다든지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간 목소리가 나온다거나 한다는 것으로 지레짐작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만일 그런 비음악적인 소리를 내주는 제품이라면 하이엔드 재생기기로서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 이런 짧은 촌평만으로 보면 별로 특징이 없어 보이는 제품을 설명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번에는 차라리 그 설명을 거꾸로 놓고 그런 조건을 만족시킬만한 실존하는 CD플레이어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선뜻 꼽을만한 제품이 흔치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희귀하거나 너무 고가의 제품이라고 얘기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대역도 넓고 중용을 추구하는 제품보다는 화성적인 색채가 묻어나서 예쁜 소리를 내주지만 넓은 재생 대역을 희생해야 하는 제품, 크고 호방한 소리가 나오지만 거칠거나 음악적이지 않은 제품, 인공적인 입체감을 내주지만 음악을 멀리하게 만드는 제품, 산업을 리드하는 놀라운 사용자 조작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특정 장르의 음악에만 적합한 제품 등이 (브랜드의 인지도를 배경 삼아) 오히려 상품적으로 더 인기를 끄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들어보기
  • 그 가정이 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자료가 있어 여러분께 소개한다. mbl의 사장이자 엔지니어인 볼프강 멜레츠키는 트랜스포트에 투자를 해야 하는 정당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 시청 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실 만한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다.
    트랜스포트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음질에 좌우하게 되는가에 대한 얘기다.
    어떤 사람이 좋은 CD재생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했다고 하자.

    트랜스포트 부분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값싼 CD롬이나 DVD롬 메커니즘을 사용해서 단순한 리딩 기능을 하게 내버려 두고 DAC에서는 버퍼에다 몇 초 분량의 디지털 신호를 저장해 두었다가 정밀한 클럭을 통해서 순서대로 흘려주면 트랜스포트나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케이블이 나쁜 것이더라도 CD에 담긴 소리를 100%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 전면 패널의 모습은 특별히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서 단정하고 안정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과시하는 듯한 디자인은 아니고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적당히 만든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인정할 만큼 치밀한 세부 가공능력이 투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0 밀리미터 두께의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지만 디스플레이 창이 보이는 부분은 두께가 1밀리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뒤판을 9밀리미터만큼 갈아내어 형광 디스플레이를 심은 것이다.) 그리고 1밀리미터 두께의 드러난 부분도 적당한 각도로 베벨을 주어 깎아내어 알루미늄 패널이 불필요하게 눈에 덜 띄게 하는 대신 디스플레이 쪽에 주목할 수 있게 했다.
  • 아날로그 출력은 RCA단자만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