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라인 액세서리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 케이블

raker 2023. 6. 19. 21:43

2015-05-26

20세기 끝무렵에 등장한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케이블을 이제야 접해봅니다. 그 당시 가격은 3천 불. 그렇게 가격이 높은 케이블이 처음 나왔던 시기여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네요. 달러가치를 감안해 보면 아마도 NBS의 신형 파워코드 Black Label III+ ($7,500)보다도 더 비싼 제품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의 덕분에 몹시 가벼워진 가격으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벽체에서 멀티탭까지 연결하는 파워 케이블 용도로 사용해 보려고 했습니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110V 호스피털 그레이드 단자는 비닐 백에 담겨 있었고 리치베이 220V 로듐 플러그로 교체되어 있었습니다.



첫인상, 단자 교체과정 
멀티탭 인입 파워 케이블로 연결해 봤습니다.

리뷰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PRaT (Pace, Rhythm and Timing)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배경 노이즈도 적고 대역도 넓습니다. 저는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 케이블이 다이내믹 레인지가 무척 넓고 아래까지 쑤욱 내려가는 점이 여느 파워코드와 확연히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음색은 어이없었습니다. 오래 들어주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해외 리뷰와 사용기에서 언급이 된 적이 없었던 부분인데요... 아마도 미국에서 들여온 중고제품을 220V로 개조할 때 제품의 아이덴티와 맞지 않는 부품으로 임의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리치베이 220V 로듐 플러그 대신 OCC 재료를 사용한 네오텍 플러그로 교체해 보기로 했습니다. 네오텍 단자는 사용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네오텍 단자는 조립 작업성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불편했습니다. 접지 선재를 조이는 나사는 조이기가 어렵게 설계되어 있고, 선재를 조이는 나사의 강도가 약해서 약간 욕심을 더 주어 나사를 꽉 조이면 나사 머리가 부서져 버립니다. 단자를 재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조립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단자의 몸통이 선재를 붙드는 부분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조립을 해 놓고 보니 나사가 많이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부속을 좀 덜 써서 그렇게 된 것 같네요. 길게 튀어나온 나사를 니퍼로 잘라내려 했는데 니퍼로는 잘리지 않아서 쇠톱으로 잘라냈습니다. 단자를 체결하는 과정 중 어느 것 하나도 쉽게 클리어된 것 같지 않은데... 막판까지도 쉽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콘센트 구멍에 잘 안 들어가는 바람에 한참 동안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알고 보니 튀어나온 두 개의 봉이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굽어져 있어서 콘센트 구멍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인데요. 콘센트에 끼우기 전에 두 개의 봉 사이를 약간 벌려주면 콘센트 구멍에 잘 들어갑니다.

네오텍 단자가 기구적인 면에서 악조건을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 성능 면에서는 이상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이전에 느꼈던 이상한 음색은 해결되었고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코드가 가지고 있던 나머지 장점은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NBS 스테이트먼트 적용대상 제안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 케이블이 범용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시험 삼아 DAC에 먼저 연결해 봤는데... 강성의 피곤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편이었습니다. DAC에 연결하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네요.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 케이블은 멀티탭 인입용이나 파워앰프용 대전류 전송용 파워 케이블로 국한시켜서 사용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NBS 스테이트먼트 특성

멀티탭에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대역이 넓고 반응이 빠른 파워 케이블을 체결하니 파워앰프도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지고 대역이 넓고 반응이 빠른 제품처럼 들리게 되네요. 이전에 사용하던 멀티탭 인입용 파워 케이블은 신품가 기준 50만원 정도의 제품이었는데 NBS 스테이트먼트에 비하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았고 약간은 막선스러운 심심함과 비어있음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폴 루이스가 연주한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들어보면 피아노의 타건이 명확하게 표현되면서 공간으로 소리가 퍼져나가는 소리가 실감 나게 들렸습니다. 

폴리니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16번 (24bit 96kHz 고해상도 음원)은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리코딩인 것 같습니다. 반응이 느리게 나와주는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꿀렁꿀렁 들릴 소지가 있거든요. 서스펜션이 물렁물렁한 차로 빠르게 코너링하면 꿀렁꿀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려나요. 이래서는 연주의 의도를 파악하기는커녕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해외 리뷰에는 폴리니가 선택한 템포에 대해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NBS 스테이트먼트를 투입하고 난 이후에는 서스펜션이 하드 하게 튜닝된 차로 빠르게 코너링한 것처럼 음악의 악구를 쾌속으로 치고 나갈 때에 전혀 울렁거림이 없이 재생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폴리니가 선택한 템포에 반감을 표시한 음악 평론가가 음악을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면 폴리니가 선택한 템포에 대해 좀 더 호의적으로 평가해 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리코딩과 더불어 재생하기 어려운 난곡이 성악가 Julia Lezhneva의 데카 리코딩 (24bit 96kHz 고해상도 음원)입니다. 매우 격렬하고 광폭한 바로크 성악곡이어서 오디오 시스템의 반응이 충분하게 빠르지 못하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소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NBS 스테이트먼트를 투입하고 난 이후에는 빠르고 격렬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곡 사이에 에어도 표현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장자(莊子)에 실린 庖丁解牛(포정해우, 백정의 소 잡는 법) 편을 연상하게 합니다.

또한 임정희의 Music is My Life 앨범에 수록된 '시계태엽'은 재생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의 표현력이 커지면서 좀 더 음악이 절실하고 호소력 있게 들리게 되었고, 양희은이나 에바 캐시디처럼 소리에 힘이 있는 가수들의 곡을 재생할 때도 표현폭이 커져서 좀 더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게 되네요.

단점은 없으려나요? 음... 남자 성악가의 소리 두께가 약간 줄어든 것 같고... 현악기의 표현이 예전보다 사나워진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NBS 스테이트먼트 파워 케이블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현재 오디오 시스템에서 미약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건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시간을 가지고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