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4
하이엔드 케이블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킴버 케이블은 오디오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케이블을 엔트리 모델에서부터 최상급의 모델까지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킴버 케이블은 등락이 심한 하이엔드 지향 케이블 시장에서 사용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 이유는 제품 자체의 우수한 성능에다 철저하게 가치를 관리하는 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하이엔드 수준의 케이블을 제공하겠다는 케이블 회사는 많았지만 긴 세월 앞에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나가떨어졌던 것은 모델을 자주 변경함으로써 애써 얻은 지지세력을 놓쳤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킴버는 자사의 제품을 오래도록 공급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항상 현재 생산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게다가 킴버는 제품 개발이 철저해서 회사의 사운드 폴리시를 벗어난 제품을 내놓은 적도 없으려니와 제품의 레벨과 가치는 정확하게 가격순으로 일치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킴버 제품에서 횡재 제품을 찾는 스릴을 맛보기는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신에 일관성과 업그레이드 경로를 제공받는다. 킴버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여유가 생겨서 좀 더 나은 제품을 찾고 싶다면? 킴버는 그 제품의 상급 제품을 선택하면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업그레이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사용자는 고급 제품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감이 없이 상급제품을 선택함으로써 만족을 얻게 되고 브랜드의 신뢰도는 늘어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킴버 케이블에서 출시한 파워코드는 기본형인 PK-14, PK-10과 SWR 개선기술이 적용된 고급형 모델 PK-14 Palladian, PK-10 Palladian이 있다. 그중에 이번에 소개하는 PK-10 Palladian은 최상위 제품으로 파워앰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홈페이지에는 SWR 개선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SWR(standing wave ratio)라는 용어는 고주파를 취급하는 업계에 통용이 되고 있다. 파워코드에서 과연 이런 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연관성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제품을 연결해서 사용해 보면 모든 면에서 기본형 모델을 능가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박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효과가 나타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청취에 사용한 오디오 시스템은 세타 카르멘, dCS 퍼셀, dCS 엘가 DAC, 마크레빈슨 326S 프리앰프, 마크레빈슨 433 파워앰프, 레벨 스튜디오 2 스피커와 트랜스패런트 울트라와 레퍼런스급의 인터커넥트와 스피커 케이블을 그리고 킴버의 D-60, 오키드 디지털 케이블을 사용했다. 파워코드는 파워앰프에 연결해서 청취했다. 비교청취를 하기 위해 막선, 상투스 레퍼런스 F1, 오랄 심포닉스, 아르젠토 flow 등의 파워코드를 사용했다.
여러 파워코드를 번갈아 들어보면 제각기 특색이 있었는데 킴버 PK-10 Palladian 파워코드 역시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으며 두드러진 특성과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주는 편이다. 따라서 모든 시스템에 다 잘 어울리기보다는 오디오시스템에 따라 좋아지는 시스템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특성이 지나치게 들려서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혹시 그런 경우에는 그 대신 다른 부분에서 조정을 하여 제대로 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위 오디오 시스템에 킴버 PK-10 Palladian 파워코드를 투입했을 때가 그런 예에 해당되었던 것 같다. 스타인웨이 풀콘서트 그랜드 피아노(D형)가 가정용 그랜드 피아노(C형)가 된 것처럼 규모가 작아지게 들렸다. 그리고 휴 마세켈라가 부른 Stimela (The Coal Train)도 깔끔하게 들려서 왠지 처음 듣는 것처럼 생경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래서 킴버 D-60 디지털 케이블을 킴버 오키드 디지털 케이블로 바꾸어 연결하고 나니 소리가 제대로 풍성해지고 피어나는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킴버 PK-10 Palladian 파워코드가 다른 제품과 격을 달리하는 빼어난 특성이 있다면 정숙성이라 할 수 있겠다. 검게 칠해진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거나 정보의 일부를 상실해서 그런 느낌이 들게 한 것이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의 노이즈 플로어가 낮아진 것처럼 디테일이 좋게 들리고 맑고 깨끗하게 들린다. 이런 정숙성의 정도는 파워코드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수동소자를 달은 전원장치를 사용한 수준에 육박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입자감이 없이 아주 매끄럽게 들린다. 킴버의 엔트리급 파워코드에서 감지되는 까끌거리는 듯한 입자감을 조금이라도 연상하셔서는 곤란하다. 매끄러움이란 면에서는 이 파워코드는 월드 클래스다.
소리는 흐리멍덩하게 들리지 않고 항상 또렷하게 들리게 해 준다. 음악에 들어갈 부분은 들어가게 하고 나와줄 부분은 잘 드러나도록 해주어 음악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세상에 음악을 지루하게 만드는 파워코드가 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세상에 그런 것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세상에는 별의별 것이 다 있고 오디오 세상에서도 그런 이상한 물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다음 특성은 소리가 애먹지 않고 수월하게 술술 잘 풀려 나오게 한다는 것. 저음이 풀어지지 않고 핵이 응축된 듯이 심지가 있게 들린다. 밀도감이 상승된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격다짐 같은 거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저음을 딱딱 모아서 단정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저역이 풀어지는 오디오 시스템에 뭔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전기는 오디오의 근본이다. 오디오는 전기를 컨트롤하고 증폭해서 크고 작은 흐름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다. 오디오를 통해서 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저장된 신호를 단지 그런 흐름에 실어내는 것이다. 파워코드는 구조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그런 구조와 설계는 전체 오디오의 전기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디오용 파워코드를 부질없는 것으로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에 오디오용 파워코드의 역할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파워코드의 특성을 내가 사용하는 오디오에 좋은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킴버 PK-10 Palladian 파워코드는 충분히 염두에 두실만한 제품이다.
킴버는 파워코드에서도 킴버다운 느낌이 나도록 제품을 만들었다. 도회적이고 약간은 인공적이지만 그래서 더 끌리게 하는 그런 맛을 내준다. PK-10 Palladian 파워코드는 킴버의 엔트리급 파워코드가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서 많은 도약을 한 제품이고 일부 특성은 가격을 떠나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놀라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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