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6
1) 표면효과
혹시 인터커넥터나 스피커 케이블 광고문안에서 표면효과 (skin effect)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표면효과란 높은 주파수가 될수록 도체의 표면 쪽으로 신호가 흐르는 현상입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파수는 도체의 중심 쪽으로 신호가 흐르게 되겠지요.
광고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진짜로 그럴까 하며 일단 의심을 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댄젤 워싱턴과 진 해크만이 나왔던 크림슨 타이드란 영화를 가지고 표면효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라첸코가 선제 핵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선포했고. 핵미사일을 탑재한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앨라배마호가 즉시 작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라첸코 측에서 미사일이 쏘아 올리기 전에 핵공격을 하여 라첸코의 핵시설을 쑥밭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작전의 임무입니다. 핵미사일 발사개시 명령전문을 받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은 심행으로 잠수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통신용 부이를 연결한 와이어에 문제가 생기고 전문은 중간까지만 전송되다가 멈춰 버립니다. 다시 심도를 조정하여 물 위로 나올 수도 없습니다. 러시아 잠수함이 노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이 장님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작전을 포기하고 후퇴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불완전한 전문의 내용을 가지고 벌어지는 긴박한 드라마가 진행되는 것이죠 (이 영화는 대기업 사원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워크숍 교보재로 자주 사용됩니다.)
통신용 부이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생난리를 쳐야 할까요.
이것은 바닷물의 표면효과를 설명해 주는 증거입니다. 대기에서 바닷속으로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보내면 이 주파수는 바다표면 방향으로는 전파를 잘 통과시키지만 깊이 방향으로는 전파의 밀도가 매우 낮아지게 됩니다. 계산에 의하면 60kHz로 1m 깊이의 바닷속에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만일 5m 수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면 이 깊이에서는 수심 1미터에 해당하는 전기장의 단지 1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그 파워는 0.01%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장님이 된 잠수함이 깊은 바닷속에서 바깥의 기지에 전파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장파를 사용할 수 없겠죠. 장파는 러시아군의 잠수함에서도 쉽게 탐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통신용 부이를 부력을 이용해서 수면 바로 밑에 놓고 신호를 보내게 되면 러시아군 잠수함에서는 듣지 못하고 바깥 기지에서만 들을 수 있겠죠. (다만 러시아군 잠수함에서도 통신용 부이를 수면에 놓고 있다면 발신위치가 들통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바닷물에 표면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자, 이번에는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디자이너는 의도했던 성능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재질로 장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재질은 비용이 많이 들어 그 재질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표면효과를 사용하면 됩니다. 원하는 재질보다 저렴한 도체를 베이스로 하고 그 표면 위에 원하는 재질을 도금시켜서 의도했던 성능이 나오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전도도는 은이 구리보다 좋습니다. 그래서 어떤 케이블 디자이너는 이점에 착안해 은선으로 케이블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은은 비싸죠. 결국 디자이너는 구리 심선에 은을 도금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은도금의 두께는 얼마정도 되어야 할까요. 필요한 것보다 얇게 되면 높은 주파수에서는 전기전도도가 좋은 은을 통해서 신호가 전달되고 낮은 주파수에서는 은보다 전기전도도가 떨어지는 구리를 통해서 신호가 전달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도금의 두께와 표면효과가 일어나는 주파수와의 관계는 다음의 공식을 이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δ= √(2/(μ。ωg))
(source: Foundations of Electromagnetic Theory (Third Edition), John R. Reitz / Frederick J. Milford / Robert W. Christy, p371 (eq 17-56) )
이 공식을 이용하면 20Hz에서부터 20kHz까지의 주파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 은도금의 두께는 205.5㎛ 이상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보다 얇아지면 위에서 우려했던 이상한 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 - -
이번에는 굵은 심선 다발과 가느다란 심선 다발을 가진 케이블끼리 한번 비교해 볼까요. 단, 두 케이블의 심선 다발의 굵기는 같습니다. 단순화하기 위해 1개의 심선으로 된 케이블 A가 있고 1000개의 심선으로 된 케이블 B가 있다고 합시다.
이 케이블 A와 B는 체적은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B의 체적은 대략 A의 90퍼센트 이상이고 100퍼센트 미만이 되겠죠. 그런데 표면적으로 보게 되면 B가 훨씬 넓습니다.
그다지 별로 복잡한 계산은 아니니까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조카에게 풀어보라고 해봐도 좋겠죠. B가 A보다 30 ~ 31.6배 더 넓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케이블 B가 A에 비해서 고역정보가 흐를 수 있는 차선이 넓다고 봐야겠습니다. 케이블 A가 1차선이라면 B는 30차선의 도로입니다. B케이블은 A케이블에 비해서 고역신호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지 않을까요?
이 경우는 차이가 많이 나게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단순화해 본 경우입니다만 어쨌든 낱개의 심선이 굵으면 디테일의 손실, 고역의 숨 쉬는 듯한 느낌, 그리고 음장의 깊이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을 개연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2) 선재 사이의 간섭 및 지오메트리
도체 심선 사이에는 간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전기가 흐르는 심선끼리는 서로 영향을 줍니다. 신호가 다른 선으로 일부 건너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 각각의 선재를 절연재질로 둘러싸서 선재들이 전기적으로 접촉하지 않게 해주는 구조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것을 리츠(litz) 구조라고 합니다. 리츠 구조 내의 각각의 작은 다발은 거의 동일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게 되겠죠.
이 경우 각 도선 사이에 있는 절연재가 미약하나마 콘덴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절연재의 재질을 잘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전기가 흐르는 도체가 있다고 하면 반드시 자장이 형성되는데 이것을 줄여주기 위해서 선재끼리 꼬아서 상쇄시키는 방법도 구사되고 있습니다.
3) 절연물질
절연재(dielectric, 유전체라고도 함)는 전도체 주위를 둘러싼 재질입니다. 이것은 케이블의 소리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절연재는 다소의 차는 있지만 에너지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약하게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에너지를 다시 방출합니다. 그래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에너지 흡수가 적은 테플론과 같은 절연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PVC와 같은 물질은 에너지 흡수가 많은 재질에 속합니다.
4) 쉴딩
라디오 대역의 고주파 노이즈가 케이블에 흐르는 가청주파수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심선을 둘러싼 절연재 위로 쉴딩을 하기도 합니다. 쉴딩의 재질은 구리 등의 금속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케이블선을 잘라보면 쉴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카오디오에 사용되는 케이블의 경우라면 쉴딩을 철저하게 해서 고주파 노이즈가 침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숙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하이파이오디오라면 쉴딩이 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면 안 한 만 못하게 되죠. 그 이유는 쉴딩으로 인해 케이블 전체의 캐패시턴스가 증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노도스트사의 기술백서에 자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에 저장된 에너지의 양은 주파수에 따라 변화하여, 특정 주파수를 강조하고 음조와 다이내믹을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게다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방출되고 있죠. MIT사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주파수 의존적, 비 선형적 에너지 저장은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와 형상을 왜곡한다고 합니다.
작년에 제가 들어본 언더그라운드 케이블은 분명히 이런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될 것입니다. 촘촘한 쉴딩을 2중으로 처리했는데 카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들어본 바에 의하면 고역이 불분명하고 롤 오프가 있었고 둔하고 전체적으로 주파수 밸런스나 음색의 밸런스가 잘못된 케이블이었습니다.
맺음말
케이블/인터커넥터는 계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물단지인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각 기기별로의 전기적 특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각기 어울리는 케이블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만 가지고 좋은 점만 추려낸다고 해서 결정판이 나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디오 관련 기술 설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디오 케이블 -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 잭 섬너가 설명하는 케이블 네트워크 박스가 하는 일 (0) | 2023.05.15 |
---|---|
디지털 오디오 - Nobert Lindemann이 알려주는 지터의 발생원과 대책 (0) | 2023.05.15 |
통계적 도구를 이용한 결과를 해석할 때의 유의할 점 (0) | 2023.05.15 |
디지털 오디오 - DSD포맷 비판 요약 - David Rich (0) | 2023.05.15 |
특허를 통해 알아보는 오디오 기술 (1) Characteristic Impedance Corrected Audio Signal Cable (0) | 202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