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raker 2023. 3. 25. 08:04

2006/11/21

스토리나 영화적인 전개는 그렇게 튀는 편이 아니었고 오히려 평이한 편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도 눈여겨 볼만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사정에 의해 본인의 꿈을 접고 사는 주인공(비서)에게 악마와 같은 편집장은 번쩍번쩍하는 꿈을 제시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에 대한 정체감으로 고민하고 그 제의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번데기는 뽕잎을 먹어야 탈이 없습니다.
그 정도의 악마성을 지닌 상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이 아닌거죠. 그런 대단한 능력을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것입니다.

한편 패션산업을 리드하는 잡지의 전지전능한 편집장의 활약을 보면 부러운 구석도 있습니다.
단 한 벌의 디자인으로 수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패션산업을 보면서
영세하거나 너무 특정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있는 오디오 산업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엉터리 디자인을 감별해 내는 능력과 30만 불이 투입된 기획기사도 후줄근하다고 캔슬시킬 수 있는 미란다의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
올바른 일 보다 인기있는 일을 하고 싶은 유혹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이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경영진에게 눈치를 보는 것이 피고용인이 가진 생존본능 중 하나이겠건만 깐깐한 기준과 비젼으로 자신을 규제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감당하기 힘들 혼돈과 불안으로 가득한 치열한 전장터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영화의 극적 반전이 있고 나서 미란다가 당당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자산과 전략이 드러납니다. 능력 없는 사람에겐 잔인하지만 한편으로 재능 있는 사람을 발굴해서 키워왔던 것이죠.)

미란다에게는 존경의 담아 인사를 해주고 싶고 주인공에는 건투를 빕니다.

집사람과 같이 본 영화중에 집사람이 잠들 틈이 없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템포는 아주 경쾌한 편이었던 것 같은데 대사와 화면을 그 사이에 촘촘하게 잘 끼워 넣은 것 같습니다.
놀라운 합작품입니다.
다만 주인공 남자친구는 너무 허접하다는 것이 중평인것 같네요. 캐스팅에 한번 태클 걸어봅니다.
저도 신입사원 시절에 이런 영화를 봤더라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재미난 장면은 두 개의 벨트를 놓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 장면이 어이없고 기가 차서 주인공이 피식 웃어대던 장면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고민이 되겠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사안인 거죠.
사실 오디오장이들도 그 미란다 못지 않은 투철한 마음가짐으로 기기 매칭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상에서 주인공이 개념이 없어서 그랬던 것처럼 일반인들도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느냐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릅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장면에서 대개의 오디오장이들이 미란다처럼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서 듣고 있는 사람이 정신이 혼미해지고 꼼짝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단지 자기가 좋아서 미쳐서 그런다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이 될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와본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저자세로 있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해주지는 않습니다.

입지만 좁아지고 미친놈 취급이나 받게 될 겁니다.
너희가 이 경지를 몰라서 그런다 이렇게 얘기하는 당당한 사람이 되어보는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진짜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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