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2
헤아려 보니 레벨 스튜디오 2 스피커를 도입한 지 10년이 되었네요.
저는 그 당시 프런트로 레벨 퍼포마 F50을, 센터 스피커로 레벨 퍼포마 C30을, 리어 스피커로 레벨 퍼포마 M20을, 서브우퍼로 레벨 퍼포마 B15까지 모두 퍼포마 시리즈로 깔맞춤 해서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고, 레벨 울티마 시리즈는 감히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레벨 스피커의 수입원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호의적인 가격에 구입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처분한 퍼포마 시리즈 제품을 다시 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서브우퍼는 다시 도입할 기회를 얻지 못했네요.
레벨 스튜디오 2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스피커가 가져야 할 덕목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설계의 완성도가 높아 심각한 단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트랜스듀서의 기능에 충실합니다. 올 A+짜리 우수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게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는 축복과 같은 특성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악마의 특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감당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거쳐 끌어올리는 노력을 통해서 차츰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 모르고 있던 것을 계속해서 발견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트랜스듀서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스피커를 들임으로써 고생을 감내(?) 해야 했지만 그래도 이미 완성도가 높아 성능향상을 위해서 탈피과정과 같은 제품 갈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B&W 802D의 경우에는 여러 모로 완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802 Diamond, 802 D2 두 세대를 통해 제품 개량과 보완이 이루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고, 인클로우저를 완전히 새로 설계한 802 D3가 나오고 나서야 완성도가 높아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B&W 사용자였고 성능 향상을 기대했다면 그 변화 과정을 일일이 따라가야 했겠지만 레벨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그럴 필요 없이 순수하게 오디오 운용능력을 향상시키는 쪽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뛰어난 사람은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낸 제품으로 비비드 오디오 K1 스피커와 KEF 레퍼런스 207을 꼽고 싶습니다. (외관 설계에 대해서는 어쩌다가 그 길을 밟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함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레벨 스튜디오 2를 사용하면서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제품을 지지하는 방법에 따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하고 하늘로 비상하기도 합니다.
다른 부분을 보완하느라 바쁘다 보니 스피커를 마운팅 하는 방법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년간 제품의 성능을 다 꺼내 쓰지 못하고 놀려둔 적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시도해 봤던 것 중에서 제일 좋았던 방법은 Solid Tech Disc of Silence HD을 사용한 아이솔레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