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2
부모님 댁 서브 시스템으로 나드 C375BE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들어가고 나서 거실 오디오 시스템이 밋밋하게 튜닝이 되어 있었던 점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이 그런 소리를 만드는데 일조했을까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소스기기에 사용한 브라스 스파이크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사용한 세라믹 퓨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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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재홍 님 개조 오포 BDP-93 NXE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바닥을 받치고 있던 브라스 스파이크를 다른 형상을 가진 금도금 브라스 스파이크로 교체해 보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에 유무선 공유기에 DC전원을 공급하는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를 튜닝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브라스 스파이크는 소리를 과장되게 만들지는 않으나 맥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는 형상이 다른 금도금 브라스 스파이크의 경우 소리를 맥 빠지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대역을 크게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체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동안 힘을 뺀 소리를 들어왔네요. 특정 대역의 소리를 강조하지 않는 방안을 찾다 찾다 거기까지 온 것이었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 방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발견을 상회할 수 있는 대체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퓨즈를 대체할 서킷브레이커는 조달이 되지 않아 일단은 브라스 스파이크 교체까지만 해보고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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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는 지난 방문 때 시간이 없어서 시도해 보지 못했던 아큐페이스 E55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나드 C375BE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레벨 퍼포마 F50 스피커. 레벨 퍼포마 F50 스피커는 6.5인치 우퍼 3발이 달려있는 공칭 임피던스 5 오옴짜리 (최소 3.2 오옴 @64Hz) 스피커여서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개당 무게는 45.4kg이고 31Hz까지 저역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나드 C375BEEE 인티앰프가 IHF Dynamic power 기준 8 오옴에 200와트, 4 오옴에 365와트, 2 오옴에 500와트가 나와주고 있는데요. 주파수에 따른 임피던스 부하가 변동이 되는 스피커에서는 아주 완벽하게 대역 밸런스를 표현해 주지는 못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완벽하게 대역 밸런스를 표현해 주기를 원한다면 임피던스가 절반이 되었을 때 출력이 정확하게 두 배가 되는 앰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세계에서는 아큐페이즈 A급 증폭방식 제품, 크렐 뱅가드, 그리폰 안틸레온, 오디오 아날로그 마에스트로 듀센토 SE 정도가 그에 해당하는 제품입니다만... 실제로 그런 앰프는 거의 없다고 얘기하더라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네요.
나드 C375BE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예상한 것보다 나쁘지도 않았고 예상을 뛰어넘지도 않았습니다. 완전하게 대역 밸런스가 잡혀있는 소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잘 내줬습니다. 이 정도면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만약에 절대적으로 밸런스가 잡힌 소리를 추구하는 사용자라면 톤 컨트롤을 활용하거나 프리 아웃 출력단이 한벌 더 달려있는 것을 활용하여 서브우퍼를 추가하거나 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교해서 듣다가 불똥이 튄 것은 오히려 아큐페이즈 E55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큐페이즈 E550쪽이 소리가 억제되어 있고 맑지 않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나드 C375BEE로 성악곡을 재생해 보면 미묘한 부분을 잘 표현해 주었는데 아큐페이즈 E550으로 재생했을 때는 그런 미묘한 부분을 밋밋하게 표현하네요. 성악가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아큐페이즈 E550의 소리를 이지경으로 만든 것은 세라믹 퓨즈(5A)에 책임이 있을 것으로 심증을 두었습니다. 퓨즈를 서킷 브레이커로 대체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본체의 바닥판을 뜯어냈습니다. 다행히도 퓨즈 홀더가 브라이스턴 BDP-2의 것과 유사하네요. 클립으로 연결하기 좋게 생겼습니다. 퓨즈를 제거하고 서킷브레이커로 교체시켰습니다. 요령은 브라이스턴 BDP-2에 서킷 브레이커를 교체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하되 서킷브레이커가 놓일 부위를 감안해서 배선재를 약간 더 길게 했습니다. 사용한 서킷 브레이커는 브라이스턴 BDP-2에 사용한 서킷 브레이커와 동일회사의 제품이고 용량만 커진 것입니다.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디테일이 살아나서 미묘한 부분을 표현하는 능력이 되살아났고 답답하게 만들었던 부분도 사라졌습니다. 이제껏 세라믹 퓨즈 때문에 디테일을 뭉개면서 재미없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니 충격이었습니다. 소스기기의 수준이나 세팅이 엉망이었던 시절에는 세라믹 퓨즈를 사용하는 것이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차악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소스기기의 수준도 향상되었고 세팅상의 문제점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당시의 결정을 물려야 합니다. 늦은 면이 있지만 이제라도 제 트랙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을 자축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