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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퍼포마 F50 스피커 (1)

raker 2023. 6. 13. 20:39

2008/04/08
어머니께서 오디오 시스템 성능 향상에 바짝 관심을 보이시네요. 
소스기기의 업그레이드에 이어 스피커도 업그레이드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이전에 사용하시던 제품이 B&W 704여서 이것보다 더 향상된 제품을 찾으려 하니 적당한 제품을 떠올리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추천할 스피커로 언뜻 떠오르는 제품으로는 비엔나 어쿠스틱의 베토벤 그랜드 콘서트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것 같은 온화한 사운드이고 앰프도 그리 까탈스러웠던 것 같지 않았던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잘 울리게 되었을 경우 음악의 숨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하이엔드 제품을 권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지고 계신 앰프나 소스기기로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레벨 퍼포마 F50을 들이기로 작정했습니다. 한국에는 인기 없었던 비운의 제품이지만 성능 하나만큼은 울티마에 버금가는지라 어디 빠지는 구석 없이 좋은 제품입니다. 현재는 신형 모델인 F52가 출시되어 있지요.

레벨 F50 스피커가 배달되는 걸 봤는데 제품 박스가 하도 커서 박스 하나에 스피커 두개가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배플은 가능한 좁게 한 대신에 뒤로 깊이가 긴 형태입니다. 직육면체의 형태가 아니라 뒤쪽으로 폭이 줄어들어서 부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옆면에는 검은색 래커를 칠해서 뒤로 길다는 인상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했습니다. 무식하게 커 보이지 않고 그보다는 당당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는 느낌입니다. 퍼포마 F30이나 M20은 생김새 면에서 약간 만만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지만 이것은 오우~ 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로우즈 우드 마감의 완성도는 단연 최상급이었고요.
배플은 모서리를 둥글게 하여 회절 현상을 줄이도록 되어있고요. 미드레인지에는 페이즈 플러그가 박혀 있습니다. 우퍼가 3발 달려서 언뜻 보기엔 상급시리즈인 울티마 시리즈의 살롱에 근접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스펙을 비교해 보면 울티마 스튜디오에 상응하는 저역 재생대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연결해 보니 체급에 맞는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가 가늘고 밝게 들리는 편이었는데요. 그래서 어머니는 예전에 사용하던 B&W 704스피커가 더 나은 것처럼 들린다고 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일단 트위터의 어테뉴에이터를 돌려 -0.5dB로 줄여주는 땜빵을 사용했습니다. 좀 더 다른 음악을 들려드렸습니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잠시 긴장감이 흐르고... 그제야 조금씩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원래부터 그 제품이 그런 건지 현재 시스템과의 상성 때문에 그런 건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연결한 아큐페이즈 E-55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살롱 스피커를 웬만큼 울려줄 만큼 구동능력을 갖춘 제품이라서 앰프 말고 다른 부위에서 개선할 점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싱글와이어링 스피커선이 우선 눈에 거슬리더군요. 이건 당장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일단 후퇴.

며칠 후 오디오플러스 SEC 8502 스피커 선을 추가로 마련해서 바이와이어링을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그전에 까실대던 소리가 차분해졌습니다. 이제 다시 트위터의 어테뉴에이터를 0으로 원상복귀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보이더군요. 스피커선의 소리가 시스템의 소리를 지배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케이블의 유전체를 없애면 된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그물망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작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싱글와이어링은 피복을 벗겨서 그물망을 씌워놓은 것입니다)

그다음에 방문해서는 저역쪽에 연결된 스피커선의 외피를 벗겨내고 그물망을 씌웠습니다. 더부룩했던 소리가 사라지고 제대로 들리면서 스피커선의 컬러레이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들을만한 소리가 나와주네요.

그다음에 방문해서는 WBT 클림프 슬리브로 말끔히 터미네이션을 했는데요. 소리가 좀 더 단정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손볼 부분을 봐주고 스피커도 번인이 되고 하다 보니 이제는 처음에 들었던 소리와는 다른 당당한 소리가 나오더군요. 
그중에 제일 기여를 많이 했던 것은 바이와이어링이어서 바이와이어링의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할 일이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습니다.
비록 제가 경제적으로 능력이 부족해서 어머니에게 스피커를 마련해드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의 경험을 살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문제는 대형기의 소리를 자주 듣게 되다 보니 대형기만이 내주는 편안하고 수월하게 내주는 소리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는 겁니다.
불똥이 저에게로 튄 거지요.

시스템 구성
소스기기: Ayre D-1Xe (+ DVI출력, - 아날로그 출력), 파이오니아 LDP
앰프: Accuphase E-550 + DA20 option board for D/A conversion
스피커: Revel Performa F50
디지털케이블: Sunnycable D600 (S/PDIF, coaxial), HDMI-DVI cable (HDMI 1.3b지원)
스피커케이블: 오디오플러스 SEC8502 (피복 벗기고 그물망 씌움, WBT 0434 클림프 슬리브로 터미네이션, 바이와이어링)
영상기기: LG X canvas Bobos 50인치 PDP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