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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안그런데... 일본인이 오디오 마무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raker 2023. 6. 12. 19:29

2009/01/04
제품에 대한 리뷰를 보면 미국에서는 성능에 대한 부분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두고 얘기하는데 비해서 일본은 소리는 일단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덧붙여서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독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일본의 오디오 문화에 상당히 동화되어 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일본인의 스타일에 동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컬처 코드라는 책을 보면 미국인과 일본인은 품질에 대한 사고가 많이 다르다고 하네요. 미국인을 대상으로 품질에 대한 각인을 찾아봤더니 미국은 품질에 대한 코드가 WORKING이라고 합니다. 미국인은 활동적인 사람이며 제품이 동작이 되면 기대를 충족한다고 하며 사용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되면 참을 수 없어한다고 합니다. (그 제품을 사용할 수 없어 활동을 멈춰야 하므로) 
한편 미국인이 제품에 기대하는 품질의 수준은 낮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품질 하면 안 좋았던 제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너무 좋은 품질은 믿지 않으려 하고 원한적도 없다는군요. 왕성한 소비를 하는 미국인들은 수년마다 새로운 제품으로 (더 좋아진) 새로 구입하기를 원하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망가져 주는 제품이 절대로 흉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제품이 고장이 날 수도 있다고 대범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 대신에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현대 자동차가 미국에 파고들 수 있었던 것도 성능이나 스타일이나 품질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의 사후관리에 대한 보장을 잘해준 것이 먹혀들어갔다는 겁니다. 스테레오 파일에서 제품이 정식으로 리뷰되려면 대리점이 일정 수량이 되어야만 한다는 기준은 이런 사고를 밑바탕에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에 비해서 일본은 나라에서 도망칠 수도 없고 경쟁이 치열한 나라여서 실패를 하면 바로 죽음으로 생각한다는군요. 그러다 보니 품질에 대한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최상의 수준은 기본적인 기대 수준이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덤일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하이 스탠다드의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니 어느 나라인들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외제가 일본에 잘 침투되기 힘든 이유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디오는 일제보다 외제가 좋으니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대신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구시렁대면서 참 주문이 많아 보입니다.

이렇게 두 나라에서 품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을 두고 느끼는 점들이 다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인은 수입품 오디오에 대한 기대 수준이 일본인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다가 소년기다운 신비스러운 무언가를 덧붙인 것 같습니다. 완벽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그 수입 오디오가 고장 났다고 하면 기대를 저버린 몹쓸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그 배신감에 못 이겨 수리 후에 팔아버리는 일을 하곤 하지요. 여러 개의 부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고장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장을 수리한 제품을 사용하는 주인은 한번 손을 댄 제품은 순수성이 훼손된 것처럼 찜찜하게 생각하거나 오디오에 살고 있던 정령이 사라진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디오에 너무 감정 이입을 하는 게 좀 이상합니다. 오디오를 빗대어 작은 마누라니, 시집보냈다느니 하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시대에도 마누라를 팔아먹고 딸을 팔아먹는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가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요? (농담인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