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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기기+앰프 vs. 스피커,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까?

raker 2023. 6. 12. 18:46

2006/01/22

재작년에 The Absolute Sound 지에서 윌슨오디오 사장, 린 사장, 몇몇 평론가 등등이 모여서 위와 같은 주제를 놓고 각자의 입장을 잘 대변했고 각기의 주장이 나름대로 다 인상적인 근거를 가졌다고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거물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제 경험에 의지해서 말씀드리자면 소스기기+앰프에 비중을 많이 둔 경우에 음악성 있는 재생이 가능했지만 스피커에 비중을 많이 둔 경우에는 꼭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가 듣는 음악 장르와도 깊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JVC AX-V8000 AV리시버에다가
(1) 500만원대 B&W 804S 톨보이 스피커에 DVD플레이어로 재생해 보면 가녀리고 불편한 소리가 나왔지만 (B&W804S 보다 가격이 2배가 넘는 펜오디오 세레나데 스피커에 연결해도 마찬가지)
(2) 80만원이었던 에포스 M12스피커를 dCS Delius DAC로 재생해 보면 아주 음악적인 소리가 나와줍니다.

물론 각각 잘하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1)의 경우에는 큰 소리를 잘 내줍니다. 단지 소란스럽고 고급스럽지 못한 소리가 아쉬운 것이겠지요.
(2)의 경우에는 스피커에 한계가 있어서 깊은 저음을 내줄 수 없고 큰 소리가 나면 찌그러집니다. 하지만 적절한 음량 내에서는 밸런스 있고, 음의 엔벨로프를 잘 재생하고, 스무스하고, 세련되었고, 음악에 빠져들 수 있게 해 줍니다.


이제 잠깐 오디오 재생장치에서 눈을 돌려 영상재생장치를 구성하는 것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본다면 소스기기+앰프 vs. 스피커 비중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재생장치에서 앰프에 해당하는 것이 프런트 프로젝터에 해당하고 스피커에 해당하는 것은 스크린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큰 소리를 내고 싶다는 것은 스크린을 크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요, 좀 더 낮은음을 내주기를 바라는 것과 좀 더 어두운 음영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과 같겠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넓기를 바란다는 것은 동일 화면에서 최대로 밝아지게 할 수 있는 것과 어둡게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더 크게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정확한 음색을 바라는 것은 색감에 해당되는 것이겠습니다. 해상력이 커진다는 것은 동일하게 이해하면 될 것 같고 왜곡이 적은 것은 아티팩트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화면이 크면 프로젝터는 더 밝게 비춰야 되겠고요 그게 안된다면 스크린의 게인을 높여서 반사가 잘 되게끔 해줘야 합니다. 오디오로 치면 큰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앰프의 힘을 높이거나 아니면 스피커의 감도가 높아야 한다는 얘기겠죠. 좀 더 어두운 화면을 담기를 원한다면 스크린을 빛이 덜 반사되는 것으로 하거나 빛이 덜 새게끔 프로젝터에 요구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사양을 구현하기 위해서 프로젝터나 스크린을 잘 매칭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스기기나 프로젝터에서 눈에 거슬리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확대시킨 것에 불과한 큰 화면이 그리 자연스러울 것 같지는 않군요. 굳이 큰 화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스피커가 그다지 큰 소리를 내주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더라도) 그보다는 촬영감독이 의도했던 그 색감이나 임팩트를 왜곡이 적게 재생시킬 수 있는 소스기기나 프로젝터를 가지고 있다면 그저 크기만 한 화면보다는 자연스러움이라는 면에서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디오도 다를게 전혀 없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