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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평론에 대해서 생각한다 (1997)

raker 2023. 6. 12. 07:46

오디오에 관심만 많았고 경험은 없었던 시절인 1997년 하이파이 저널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오디오 평론에 대해 의견을 모아 기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의견은 이랬습니다.



하이파이 저널 창간 5주년 기념 특집 (24호 1997년)
오디오 평론에 대해서 생각한다.
오디오 평론의 신뢰성을 높이는 몇 가지 방안들

우선 전제 조건은 하이파이저널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정의하고 이것을 평론에 지속적으로 반영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심판(평론가) 마다 스트라이크 존(평론)이 조금씩 다르지만 홈 플레이트의 크기(지향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컴포넌트의 성향(특성)은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평론가가 뭔가를 전달하고 싶지만 전달 용어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표현이 길어지고 부정확해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평론만 믿고 오디오 숍을 방문한 소비자는 실물을 접한 후 기대감이 걷히고 으레 숍에서 권하는 다른 제품에 갈팡질팡하기 십상이다. 수백만원이 넘는 기호 제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공감대를 가지는 합리적인 오디오 용어로 제품의 특성을 기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테스트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계측기로 한 장의 그래프라도 그려서 보여주는 방법이 이상적이지만, 지터 성분이 많은 CD를 가지고 CD플레이어의 지터 대응 능력을 판별해 보거나 (현재로서는 입증되지 않은 경험적 방법이지만) 레퍼런스 소스의 특정 부분의 뉘앙스를 잡아내어 들려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방법도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스피커의 경우에 고음역은 심벌즈와 색소폰, 중음역은 테너의 사운드를 재생해서 착색 없이 전달되는지 밝힌다.

셋째, 제품의 장점 외에 단점도 분명히 밝혀준다. 모든 오디는 완전하지 않으며 제작자는 현실적인 상황, 기술적인 상황 또는 물리적인 상황에 타협하여 제품을 제작한다. 예를 들렴 스피커 설계자는 광대역 재생을 위해 일부러 인클로저를 크게 하고 출력음압레벨을 낮춘다거나, 위상일치를 위해 디자인을 희생시키는 등 타협점을 찾아 장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설계하게 된다. 오디오 평론에서는 이런 사실도 독자에게 밝혀줄 필요가 있다. 즉, 기기의 장점을 위해 희생된 부분은 무엇인지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넷째, 사용자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과 장단점을 가려줘야 한다. 한국의 주거공간에 적합한 크기의 스피커인가, 저역을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는 리스닝룸이 최소 몇 평 이상 확보되어야 하며 스피커는 뒷벽에서 적어도 몇십 cm 이상 떼어야 한다든지, CD트래스포트가 편리한가 동작은 안정적인가, 앰프는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어떻게 하라든지, 접속 케이블의 경우 잘못 설치하면 험이 발생할 수 있다든가, 제소리를 들려주기까지는 50시간 이상 에이징이 필요하니 그전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등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 디자인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대금을 지불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만이 디자인을 트집 잡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다. 스펙과 만듦새(사용 부품, 회로 구성 등)에도 지나치게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어떤 소스 기기를 어떤 컴포넌트와 어떻게 매칭시켰는지 밝히는 것은 오디오 평론의 기본이다. 이것이 밝혀지지 않은 평론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