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5
사기를 치는 과학자들의 얘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임의로 데이터를 누락시키고 마사지하는 경우에서부터 아예 신원부터 알 수 없는 완전사기꾼까지 다양한 경우가 있네요. 개중에는 자식처럼 생각한 제자라 제자의 사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두둔했던 딱한 경우도 있었고 남녀 관계가 발전하여 잘못 말려든 과학자도 있었네요.
다른 연구팀에서 실험을 재현이 되지 않는 경우에 이를 확인하는 조사단에 마술사가 끼어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이 마술사는 사기를 치는 과학자의 속임수를 알아채고 사기행각을 밝혀냅니다.
오디오 쪽에도 과학적인 리스닝이라는 이름으로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마술적인 행위가 있습니다. 그런 문서를 읽어 보면 과정을 매우 길고 난삽하게 설명을 합니다. 보험사 약관을 읽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딱딱하고 와닿지 않는 설명이어서 다 읽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게 중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결과를 본 사람들은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게 됩니다.
그와 관련된 문서에서는 그 후에 오디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실험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의 듣는 능력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그 비교청취 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들은 청취실험에서 실험 결과를 반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고 오히려 조롱을 당하는가 봅니다.
이 문서를 읽고 난 많은 사람들은 상식으로는 결과가 암만 봐도 이상한데 실험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니 문서에 의심을 가지게 되고 실험 방법에 혐의를 두기도 하는데 대개는 문제를 밝히는 과정에서 싸움만 일어나곤 했습니다. 문서가 작성된 시점도 오래되었고 제품 모델명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입수가 불가능한 오래된 제품이어서 문서에서 행해진 실험에 대한 동일한 재현실험이나 진위 파악은 불가능한 상태거든요. 그러다 보니 문서의 내용을 지지하는 사람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 사이에 반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문서에 포함된 비교실험은 실험을 계획한 사람이 원하는 결론이 나도록 의도적으로 조건을 설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실험을 계획한 사람은 청취에 훈련된 사람이 실험에 참여한다 해도 두 시스템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도록 동일한 특성이 있는 두 벌의 오디오 시스템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킨토시 앰프와 아남 앰프를 놓고 간략하게 비교청취를 했었다는 것 같은데 두 제품 사이에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다나 봅니다. 이 경우에도 비교청취를 기획한 사람이 일부러 두 시스템 사이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앰프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앰프 사이에 차이는 없다는 명제를 밝히기 위해서 일부러 시료를 선택한 것이어서 과학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마술적인 접근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마크레빈슨 383L 앰프와 다른 앰프를 놓고 비교청취를 했는데 제품 간에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어서 이 문서의 내용을 지지하게 되었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의 발견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좀 더 좋고 다양한 레인지의 제품을 시도해 보셨다면 그렇게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으셨을 거라고 봅니다.
이 문서의 정신을 홍보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 합리적으로 오디오를 하자는 취지에서 했다고 하는데 그런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문서를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가져온 것과 그 문서의 내용에 대해서 심정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을 (그렇지만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민폐만 가져다주었던) 길러내는 정신적 토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믿는 것은 사람 마음이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서 간단히 해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가 없어지게 하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