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2009]
2010/08/03
보고 나면 즐거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원래 전우치는 사회고발성 소설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전우치를 호쾌한 악동의 캐릭터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원전의 전우치 캐릭터를 고수하지 않고 악동 캐릭터로 바꿔준 것은 여러 면에서 절묘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원전의 캐릭터를 고수하면 영화의 분위기가 참 이상하게 흘러가게 됩니다. 스토리상 수백 년 공백이 있으므로 전우치가 원전의 캐릭터와 가치관으로 현세에서 계속 활동하려 한다면 관객들이 그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야 했을 겁니다. 영화는 필연적으로 장예모 감독의 <진용>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죠. 관객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하게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전우치 영화를 기획한 사람이 전우치의 캐릭터를 한량 악동 캐릭터로 바꾼 순간 과거나 현세 모두 겉돌지 않게 되었고 영화에서 기획한 스토리에 전우치 배역을 곧바로 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용의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는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었고요.
게다가 지금은 관객들이 심각한 내용을 받아줄 수 없는 시대입니다. 가계부채는 엄청난 수준이고 가계수익은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86아저씨들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에 지쳐서 소녀시대가 주는 달짝지근한 위안에 빠져버리게 되었잖아요. 영화의 성격과 방향을 도술 활극에 맞춘 것은 시기에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우치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서로 잘 융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남은 숙제는 관객들은 도술활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사회의식을 제거해낸 대가로 영화는 눈으로 보여주는 액션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의 장르에 충실할 수 있는 소재로 잘 다듬어진 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전우치에서는 와이어 액션이 눈부셨습니다. 한국영화의 액션 수준을 더 높인 것 같군요. 배우들도 높이의 공포를 이기고 호쾌한 영화의 느낌을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복잡한 생각을 갖지 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완성도 높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많은 점에서 칭찬받을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