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2009]

raker 2023. 3. 26. 10:15

2009/05/28

이 영화는 이전의 터미네이터 영화 그리고 외전 격에 해당하는 사라코너 연대기와는 다른 배경에서 벌어집니다. 보호의 대상이고 생존을 위해 숨어 살아야 했던 죤 코너가 이제는 저항군의 유능한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저항군의 전력은 사이버다인 시스템의 전력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수준은 아니더군요. 다만 전면전을 감행할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아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으로만 타격을 주는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양쪽 진영에서 희생을 통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하나씩 찾아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전체의 스토리는 터미네이터 1과 매끈하게 연계성이 있도록 잘 짜 맞춰져 있고 사이버다인 침입장면에서는 예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오마쥬가 등장합니다.

영화의 설정상 인류의 생존을 놓고 저항군과 사이버다인 시스템의 로보트와 끝없이 두뇌싸움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인데, 죤 코너는 사로잡은 마커스 라이트로부터 얻은 정보를 가지고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관객도 그 상황에서 사태를 놓고 생각을 해 볼 짬이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고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에서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선택하게 한다거나 하는 설정 따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상에서는 그런 고민할 짬도 없이 여전사 블레어(문블러드, 그런데 영국 총리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뭔가요)가 관객들이 고민할 시간을 한 발 앞서 치고들어와서 그럴 짬을 주지 않습니다. 여자들이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움직이게 한다는 안일한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커스역을 맡았던 샘 워싱턴은 제아무리 단단한 마음을 가진 여전사라고 하더라도 부드럽게 녹여줄 만큼 멋진 모습을 가지긴 했습니다. (문 블러드굿도 멋졌고요) 한데... 탈출시도 씬은 좀 무리스러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쉬리에서 한석규와 최민식이 최초로 조우하는 장면만큼이나 억지스러운)
마커스와 블레어가 (역설적으로) 인간들에 의해 100km정도는 추적당한 끝에 걸려들어서 마침내 집중포화를 맞는다는 설정이었다면 모를까...

​영화는 관객에게 쉴 틈 없이 영화 스토리를 보여주느라 바빴고 설상가상으로 후반부에는 뚝뚝 끊긴 것 같은 편집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상영시간에 맞추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었고요, 디렉터스 컷 버전이 나오면 영화 완성도 면에서 약간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영화상에서 프로토타입 터미네이터 T-800의 모습도 나오는데 CG로 만든 외형은 아무래도 짝퉁같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