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 [2009]
2009/05/11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영화를 만들면 장사가 잘 됩니다. 사람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재난도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다큐멘터리라거나 실제 벌어졌던 일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미래 SF적인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은 워낙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 파괴력에서 압도적인 데다가 왜 발생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으니 재난영화 소재로서 모든 것이 완벽한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그동안 소형 스케일의 재난에 해당하는 토네이도, 중형 스케일의 재난에 해당하는 바이러스 창궐, 화산 폭발, 지진 등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고 스케일을 왕창 키워서 지구를 왕창 멸망시키는 영화도 종종 만들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운석, 지구 핵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 지구온난화로 촉발된 빙하기, 태양이 식어가는 것 등등. 이제 그 리스트에 태양의 슈퍼 플레어가 한 줄 더 가세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신화에서 홍수로 인한 멸망과 도피에 대한 얘기가 반복적으로 다뤄져 왔고 예언서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종말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전지구적인 재난을 당하는 영화를 보면 반사적으로 특정종교단체(유사단체 포함)를 연상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처럼 노골적으로 방주를 타고 탈출하는 것이라면 우주인으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이상한 종교가 직접적으로 떠오를법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옥에 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미래를 알면 돈을 마음대로 벌 수 있어서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런 큰 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약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