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블레이크 포울리엇이 연주한 라벨과 드뷔시 소나타

raker 2023. 4. 24. 19:17

2019/05/01

1994년생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블레이크 포울리엇이 캐나다 레이블 ANALEKTA에서 녹음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를 소개합니다. 24bit 192kHz

바이올린 곡에서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바이얼린의 부족한 음역대를 보충하여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바이올린과 상반된 느낌을 가미하면서 듣는 사람이 지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리가 예쁜 바이올린에게 주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에서는 피아노의 역할이 확장되다 못해 두 개의 악기는 완전하게 분리되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라벨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같은 부분이 없는 악기이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어려운 점에 착안하여 아예 대놓고 차이가 나도록 작곡했다고 하는군요. 
“by writing a sonata for piano and violin, instruments that are essentially incompatible; and, far from balancing out their contrasts, I call attention to their incompatibility”
그런데 기교적인 면에서 피아노가 들어오는 부분에 박자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음악성과 테크닉이 뛰어나야 합니다. 난이도가 높은 만큼 연주가 잘 되었을 때 듣는 맛이 남다른 곡입니다.

한편,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정반대로 두 악기를 가능한 친밀하고 하나의 악기처럼 낼 수 있도록 작곡이 되었습니다.

 


녹음 장소는 1840년대에 지어진 퀘벡소재 St-Augustin-de-Mirabel 교회에서 이뤄졌습니다.
노이즈 플로어가 낮아 두 악기의 존재가 잘 드러나도록 녹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해상도 녹음답게 강약의 단계가 세밀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이 노이즈 플로어가 낮고 이런 다이내믹스를 잘 표현해 낼 수 있게 되었다면 소리는 힘없이 겉돌지 않고 강렬하게 표현됩니다. (공격적이라는 것이 아니고 intense 하다는 것입니다. TV영상으로 비유하자면 black은 OLED TV처럼 암흑 그 자체로 표현되고, 밝은 부분은 HDR 화면처럼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 나름대로 오랫동안 오디오를 해와서 오디오 경험이 모자라지는 않았을 텐데... 이 곡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DAC의 디지털 필터를 제대로 세팅하고 나서야 가능했네요. 그전에도 이 리코딩이 녹음이 잘 된 것은 상대 평가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는지를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블레이크 포울리엇이 사용한 바이올린은 1729년에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입니다. 바이올린은 400살까지 성숙해지고 그 이후가 되면 연주 불가 퇴물로 퇴역하게 된다는데요 절정기를 맞은 악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악기 가격은 120~200억원 사이일 것 같습니다. 몸통에 걸맞은 활 값은 2억 원 정도 되겠지요. 그리고 야마하 피아노를 사용했네요. 저는 야마하 피아노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야마하 피아노는 제품 종류가 다양해서 일률적으로 어떤 소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합니다. 고급 라인 제품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이 리코딩 중에서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서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포울리엇의 바이올린 연주도 데뷔 앨범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했지만 피아노 연주도 대박이라고 느꼈습니다. 분홍신을 신은 것처럼 종횡무진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지! 
피아니스트 Hsin-I Huang이 누군가 궁금해서 구글링 했는데 현재는 커리어를 쌓고 있는 젊은 연주자라는 것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가 밝은 연주가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호기심 덕분에 이 앨범이 2019년 주노상 올해의 클래식 앨범 - 대형 앙상블 및 대형 앙상블 협주 솔로이스트 부문에 수상후보로 올라갔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연주 클립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이 없어 드뷔시 곡으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