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정경화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

raker 2023. 4. 22. 10:06

2016/12/18

정경화는 손가락에 문제가 생겨 오랜 시간 동안 바이올린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재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스튜디오 녹음을 통해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음반을 내놓았습니다. 무려 15년 만에 내놓는 리코딩이라고 하는군요. 정경화는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한국 나이로 70살이 됩니다.

정경화 자신은 바흐의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꼭 녹음해 보고 싶었다고 하고 공부할 것이 많다 보니 녹음이 늦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오랜 기간의 준비를 거친 레코딩이지만... 연주를 들어보면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테크니컬 한 부분에서 약간의 결점이 엿보이네요. 간간이 음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빠른 패시지에서 매끄럽지 않게 들리기도 합니다. 손가락 아귀힘이 약해지고 탄력감이 떨어지는 노화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연주자의 노화에 의한 기량 쇠퇴 보다도 정경화가 바흐의 곡에서 본질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 본인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바흐의 곡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정경화의 불덩어리같은 기질은 바르토크 협주곡 같은 곡이 잘 어울리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서 그런 곡을 연주할 수 없게 되었고요... 현재 남아있는 체력이나 기교상으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곡들은 아폴론적인 면이 드러나도록 자신을 수양하고 다듬어야 하는데... 연주자로서 미처 그렇게까지 바꾸지 못했기에 음악을 만들지 못하고 만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가라도 (또는 대가이기 때문에?) 자신을 새롭게 변신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이제 그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에게 허락된 잠시의 시간 동안에 인간으로서 음악가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