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외 공연실황
2016/11/28
2015년 이스라엘 텔 아비브 공연 실황.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주빈 메타와 협연한 공연물입니다.
이 블루레이 공연물 타이틀은 돌비 애트모스가 수록된 최초의 클래식 공연물 타이틀입니다. 물론 스테레오 PCM 트랙도 실려 있고요. 음악 포맷은 남들보다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남들보다 뒤처졌습니다. 조도가 낮을 때 선명도가 떨어지고 색감에서는 녹색이 많게 느껴집니다. 다행히도 영상 편집은 세련된 편입니다. 음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네요.
연주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독주 음반에서 보여주었던 야심가적인 기질이 극대화된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이 수록된 앨범과 무소르그스키 전람회 그림이 수록된 앨범을 들어봤는데, 그 리코딩을 통해서 그가 명석하고 자신의 주장이 분명한 연주자라고 느꼈습니다. 연주가가 곡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양면성이 있어서 때로는 모든 것을 동시에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 그럴 때 양다리 걸치려고 눈물겹게 애쓰는 연주자가 있기도 하고, 한쪽은 과감하게 놓아버리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전력을 다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미하일 플레트네프과에 속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는 것만 아니라 다니엘 바렌보임이 가지고 있는 똘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은하 공화국을 궤멸시키고 은하제국을 이룩하겠다는 식의 거대한 과대망상) 같은 것이 살짝 비치기도 합니다. 좋게 표현하면 젊은이의 활력과 기백이 충만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 공연 실황에서는 독주곡에서 드러내지 않았던 파워와 집중력을 마음껏 드러냈습니다. 실황의 힘이려나...
랑랑의 경우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것을 들려줄 테니 놀랄 준비 햇!’ 하는 식의 뻐기기나 치기가 느껴지는 일방적인 쇼를 보여주었다면,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경우에는 일단 관객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고 자신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최대로 협력하면서 자신의 힘을 오케스트라에 싣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파도를 거스르려다가 파도에 부딪쳐서 처박히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고 그가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컨트롤을 이용해서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서 파도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힘의 방향이 일치하고 타이밍이 일치하는 연주를 통해서 파괴력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네요. 여성 연주자가 연주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중에 톱클래스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는 피아노를 다루기에 후달리지 않는 어깨나 팔과 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자왕처럼 여리여리한 어깨와 팔과 손을 가진 피아니스트도 탄력성을 최대한으로 사용하여 피아노를 속도감 있게 전광석화로 주무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파워감이나 스태미나 같은 측면에서는 피아니스트의 덩치가 큰 편이 유리하긴 한 것 같습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경우에도 상체는 과장 좀 보태서 거의 역도선수 급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