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호이저 블루레이

2012/03/28
다른 작곡가의 오페라에 비하면 바그너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접할 수 없었어요.
처음 감상한 바그너 오페라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나온 로엔그린이었는데 배역이나 곡이나 할 것 없이 흥미로와서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DVD타이틀에 돌비 디지털 음향 있기? 없기?
그다음에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DVD로 봤는데... 뭔가 잘 되면 되겠다 싶었지만 제가 본 공연물에서는 어딘가 풀리지 않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루레이로 다시 도전해 봤습니다. 하지만... 한글 자막이 없으니 버티기 힘드네요. 중간에 포기.
그러다가 탄호이저 블루레이를 보기로 했습니다. 성악가는 잘 모르겠던데 용하다는 로버트 카슨이 연출했다는 것과 한글 자막이 있어서 선택해 봤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가 어째 이상합니다.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조금 지나서야 제가 착각을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로엔그린이라고 생각하고 탄호이저를 구입했던 거였네요.
그러니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그렇게 다른 거지요.
탄호이저 1막 전주곡은 장대한 곡이지만 이 공연물에서는 쾌락에 빠져 있는 탄호이저의 삶을 표현하는 데 남김없이 사용되었고 무대 연출의 위력과 에너지는 바그너의 곡을 상회하면 했지 모자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주곡에서 내뿜은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인지 1막의 내용 전달이 약하게 느껴지기는 하더군요. 2막이 시작될 때만 해도 계속해서 전주곡의 그늘에 가려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볼수록 공연이 좋네요. 3막에서 명쾌한 결말이 나는 것은 아니어서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로엔그린에 비해서 약간 덜 재미있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 재미있을 수는 없죠 뭐. 어쨌든 다 보고 나니 1막이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어서 앞서 흠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아닐 수도 있겠다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팜므파탈 배역인 베누스에는 베아트리스 마이아 몽종이 잘 어울리네요.
그리고 그밖에 오페라의 출연진 모두 대단한 것 같네요. 누구나 할 것 없이 소리의 질도 훌륭합니다. 성량도 대단합니다. 특히나 2막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페트라 마리아 슈니처는 오케스트라와 나머지 남성 성악가들의 포르티시모 중창을 뚫고 나오는 압도적인 소리를 내주었었죠. 듣는 사람의 머리칼이 쭈뼛해질 정도입니다.
음향의 면에서 특별히 부족한 점은 없습니다. 2 채널은 무난한 수준입니다만 멀티채널이 되면 아주 멋집니다. 박진영이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박지민을 보고 좋아 죽는 표정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