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멀티채널 사운드를 향상시킨 고마운 공연물 타이틀

raker 2023. 4. 16. 13:17

2012/02/28
부모님 댁에서 바딤 레핀이 연주하고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브루흐 협주곡 1번이 수록된 2008년 베를린 필 유로피안 콘서트 DVD(원제 : Europa Konzert from Moscow 2008)를 잠깐 봤습니다. 괜찮길래 빌려와서 집에서 다시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 타이틀은 재생시스템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타이틀이더군요.

부모님 댁에서는 좋게 들렸는데 제 시스템에서 들어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딤 레핀의 활질이 군데군데 끊기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해상력이 엄청나게 부족한 경우에나 나타나는 현상이라 놀랐습니다. OPPO BDP-93에 Nuforce Extreme Edition 아날로그 보드를 달고, silentplugs를 투입하는 등 공을 들였다 싶었는데 별반 나아진 것 없이 맴돌고 있었더라고요.
역시나 케이블의 문제였습니다. 프로세서에서 프리앰프까지 연결해 두었던 몬스터 스튜디오 프로 1000 마이크선의 해상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그 자리는 모가미 스튜디오 골드로 채우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리가 덜 자연스럽게 들리는 부분이 남았습니다. 예전에 AV프로세서에 RCA캡을 단계적으로 투입했을 때 아날로그 출력단자를 막고 나서 소리가 많이 차분해져서 (약간 답답해진 것 같기도 해서) 찜찜했던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아날로그 출력을 막고 있던 RCA 캡을 제거하고 났더니 답답했던 소리가 자연스러워지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 대신에 소리의 중점이 약간 올라가는 것처럼 들리고 좀 더 산만해지더군요. OPPO BDP-93에는 오야이데 Tunami 파워코드가 달려있었지만 온쿄 PR-SC5507 서라운드 프로세서에는 2천 원짜리 막선 파워코드가 달려있었던 상태여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막선을 연결했을 때 막선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 어색함은 오야이데 Tunami 파워코드 달아주고 나서 해결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HGA DNA 인터커넥트를 빌려서 연결해 봤고, 고무발 받침과 Stillpoints Cone 대신 음핑고 디스크로 괴어주는 튜닝을 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마지막 저항을 받고 있었습니다. 음색면에서 니켈도금을 사용한 부품에서 나오는 들뜨고 거친 부분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리는 큰 음량에서 여지없이 귀를 거슬리게 만듭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AV프로세서에 연결한 파워코드의 메네키스와 마린코 단자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댁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하려고 주문했던 오야이데 P-079e/C-079 단자 두 세트를 투입해 봤습니다.
무한반복으로 돌려놓고 잠자고 회사에 다녀온 후 다시 걸어봅니다.

으흐흐 드디어 용이 여의주를 물었습니다.
음색, 해상력, 밸런스, 다이내믹 이런 면에서 손색없는 훌륭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부분이 나오지도 않고 시끄럽게 들리지도 않네요. 베를린 필의 묵직하고 힘찬 소리를 오랜만에 다시 접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같은 공연물에 포함되어 있는 베토벤 교향곡 7번 연주 대단했습니다. 고마워요 래틀경.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하여 멀티채널 사운드도 들었는데 제 시스템에서 이처럼 멀티채널 사운드가 좋게 들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베를린 필이건만 완전히 대조적인 공연물은 안느소피 무터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카라얀 탄생 100주년 추모 콘서트 블루레이 타이틀입니다. 이 타이틀은 뮤직페라인 잘의 풍부한 음향 덕택에 재생장치의 상태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웬만하면 좋게 들리게 해 줍니다. (물론 오자와의 지휘는 베를린필의 공들여 쌓아 온 전통과 이미지를 한방에 추락시킬 정도로 정말 후졌습니다만...) 그래서 이 두 타이틀은 어떤 면에서는 예전에 블로그에서 잠깐 언급했었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의 소리관계와 비슷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오디오 상태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엘리나 가랑차의 목소리와 2008년 베를린 필 유로피안 콘서트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오디오 상태를 그대로 두고 싶다면 좋은 게 좋은 공연 타이틀 위주로 감상하시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