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예 피아니스트 유자왕 (yuja wang)

2010/01/09
이름만 들어서는 유희왕의 동생이 아닐까 싶지만 직업은 피아니스트. 1987년 북경 출생. 2008년 커티스 음악원 졸업.
출시된 음반은 DG에서 나온 쇼팽과 리스트 곡이 담긴 CD 달랑 한 장에 불과하지만 Verbier Festival Highlight 2008 DVD에 실린 유자왕의 스테이지는 관중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라벨의 La Valse였는데 원곡인 오케스트라 곡으로 들으면 이게 춤을 추기 위한 곡으로 만들었다는 게 잘 실감이 나지 않지요. 라벨의 교묘하고 신선한 작곡도 대단하지만 (20세 때 작곡) 유자왕은 이것을 잘 헤집고 정리하여 질서를 만들어 춤곡의 리듬을 잘 잡아내 줍니다. 나머지는 솜씨 좋게 잘 매만지고요. 종지부를 향할 때는 리듬감 있는 연주에다 파워의 그러데이션을 부여해서 긴장감을 부여하고 쌓아 올리다가 맨 마지막에는 작두 타는 무당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여 미친듯한 리듬과 파워를 보여줍니다.
파워면에서도 아르헤리치가 연상될 만큼 슈퍼파워이지만 이것을 섣부르게 남용하여 폭발시키지 않고 그 힘을 태극권 하듯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동양인 연주자들이 흔히 상상력의 빈곤에 시달리는데 유자왕은 그런 무리에 해당하지 않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태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연주가 서커스처럼 보이지 않고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극적 긴장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그림 동화 분홍신을 연상케 하는 순간입니다. 유자왕의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그 뒤를 잇는 트랙에 실린 림스키 콜사코프 왕벌의 비행은 앙코르 삼으면 될 것 같군요.
동영상 검색해서 두 곡 다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홈페이지도 있군요.
http://www.yujawang.com/
알림: 캬부레타가 점화하는 것처럼 빠른 손가락 움직임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