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삼손과 데릴라 DVD

raker 2023. 4. 15. 12:41

2009/06/28

오페라 갈라 바덴바덴 실황에서 모든 가수들이 화려하고 신나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뽐내었지만 그 공연물은 몇 번 보다 보니 왠지 가슴에 남는 것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가 부른 생상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에 나오는 델릴라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였습니다.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Mon coeur s'ouvre a ta voix로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그런 강렬한 인상에 힘입에 오페라 DVD도 보게 되었습니다.



1막은 지루했습니다. 성경 속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만든 음악작품이 별로 좋은 게 없다더니만 정말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데릴라의 성격이나 대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2막은 단 세 사람만 등장하는데 여주인공이 오랜 시간 동안 마라톤 하듯이 노래해야 하는 난곡이더군요.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는 2막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삼손의 마음을 파고들어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클라이 맥스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 곡이 그렇게 치명적인 것이었는지 몰랐습니다. 역시 오페라는 한글 자막을 봐야 시원하게 내용을 알 수 있겠더군요.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에서도 청순하고 백치 같은 여인 엘자가 결혼 첫날밤을 지내면서 남편인 로엔그린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옥신각신하는 부분이 나오며 결국 비밀을 털어놓게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되는데 삼손과 데릴라에서도 데릴라가 삼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낙담하는 척 불쌍한 척하는 부분이 나오는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가 하는 짓이나 여자가 하는 짓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동질성에서 놀라게 됩니다.

3막에서는 역동적인 군무가 등장하는데 장관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오페라의 짜임새는 약간 덜한 것 같긴 하지만 좋은 곡과 훌륭한 성악가들이 빛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곡의 엉성한 부분은 무대 연출과 군무 등의 강렬함으로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도밍고는 삼손역에 잘 어울렸던 것 같고 데릴라 역을 맡은 올가 보로디나도 은근히 섹시한 것이 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