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2014]

2014/06/14
종전 후 군정지역 내에서 평화유지군의 치안활동에 무장로봇을 사용해서 평화유지군이 테러에 희생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치안유지 무장로봇을 공급하는 회사의 이름은 OCP입니다. (pun intended)
OCP 회사 사장은 미국 경찰국에도 로봇 경찰을 배치시켜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70퍼센트 이상의 미국인들은 로봇이 사람의 삶을 통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서 뜻을 관철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OCP사의 사장은 로봇에 사람을 태우자는 의견을 냅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처럼 사람이 완전하게 통제하는 방호복과 전투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몇 가지 기능만 남겨진 불구의 경찰관 '알렉스 머피'를 태우기로 했습니다. OCP사는 교전 시 사람에게 작전의 통제권을 쥐면 로봇에 비해 주저하게 되어 완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여 로보캅의 바이저가 내려오는 교전상태가 되었을 때는 교전 소프트웨어의 결정이 본인의 결정이라고 여기게 되도록 착각하도록 만들었으며, 사람이 가지고 있는 흥분, 충동, 폭력, 공포, 집착 등은 로보캅의 작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노이즈 요인이라고 생각해서 알렉스 머피가 감정을 가지게 하는 호르몬을 제한시킵니다. 결국 OCP사는 알렉스 머피를 인간으로서의 기본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고 집안의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회사의 목적달성에만 충실하도록 조작해 버렸습니다. 알렉스 머피는 이제 소시오패스나 다름없고 로봇과 다른 부분을 찾기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로보캅은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OCP사가 설계하고 통제하려는 것과 달리 인간적인 특징을 보이기 (우선순위 결정과 사안별 판단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시작했습니다.
시원한 액션영화를 보겠거니 기대하게 했지만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시사토론 형식으로 '로봇을 사용하여 경찰의 희생을 줄이고 공권력을 강화시켜서 시민의 희생을 줄인다'와 '아무리 그래도 로봇이 사람의 삶에 통제하는 것을 반대하는' 갈등을 표면화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에서 판단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 그러기 싫은데...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도 나서도 무의식적으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무인운전 자동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며 상업용 드론 헬리콥터 운행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가 존재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가 봅니다.
액션영화인줄 알았으나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SF스러운 면이 있네요.
생화학적으로 인간성을 가지게 하는 것인지의 경계는 어디까지이며, 어디까지가 자유의지에 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부자 기업이 더 수익을 내고 싶어서 무리한 결정을 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과 인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소시오패스 기업가가 존재하고 위정자가 인위적으로 법을 느슨하게 만들어 법이 그런 기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수 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현실감각이 미달하는 위정자를 가차 없이 추려낼 수 있는 식견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집단 환각에 빠져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