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리콜 [2012]

2013/12/26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출연했었던 1990년작 원작 영화의 경우 주인공 더글라스 퀘이드가 리콜회사에 방문한 이후에 영화의 분위기를 그로테스크하게 조성해서 관객이 보는 장면이 환상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콜린 파렐이 출연하는 2012년작 리메이크 영화는 관객을 헷갈리게 만들었었던 기괴한 요소를 몽땅 들어내 버렸습니다. 그 대신에 설명이 가능한 이성적인 요소들로 빼곡하게 채워버렸죠.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에 포위되어 대치하게 되었을 때, 협상가로 나선 요원의 설득에서 넘어갈 듯하다가 더글라스퀘이드가 결단을 내리게 되는 부분이 설득력이 약합니다. 원작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부분이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부분이었었는데... 리메이크작에서는 더글라스 퀘이드는 단지 기억을 잃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 제이슨 본(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처럼 행동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리메이크작은 주인공이 느끼는 아이덴티티의 단절감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서 영화를 끌고 가는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몰래 얼떨결에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한 일에 끼어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되어 버리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영화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 예전에 봤을 때 느껴지던 감흥과 압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느냐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곳곳에서 거칠고 투박하고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비록 리메이크 영화에 흠이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투박하지 않고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만든 것은 원작보다 나은 면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상의 설정과 동떨어진 식민지를 그려낸 세트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 뜬금없음에 유감스럽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