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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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음탕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네요.
기자들과 제작사의 홍보팀 뇌가 저질인 듯...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그랬던 것처럼) '은교'는 사람의 얘기를 잘 다룬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인물의 표현이나 전개, 영화상의 흐름도 좋았던 것 같고요, 캐스팅이나 연기 면에서도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DVD에 special feature가 실려있었더라면 제작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쉽네요. 궁금하면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입하라는 얘긴가...
영화상에서 시인 이적요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젊은 모습의 이적요와 그의 영원한 처녀 은교는 창 안쪽에 함께 있거나 창 바깥쪽에서 함께 뛰노는 것으로 묘사하는 데 비해, 현실 속의 늙은 이적요는 창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고 은교는 창 바깥쪽에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분리를 통해 나이가 주는 상실감과 잡을 수 없는 아련함을 표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은교가 이적요의 생일날 집에 찾아와 잠겨진 창문 바깥쪽에서 창을 열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창을 통해 보이는 이적요의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이적요의 심정을 집약하는 한컷이었고 영상으로 잘 잡아냈다 싶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에는 해당 컷을 찾지 못했네요.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셔야겠습니다.
보통 큰 인물이 주변 인물을 잘 두지 못해서 망가지곤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질투심이 많은 찌질한 제자가 그런 역할을 담당합니다. 선을 많이 넘었지요. 어쨌거나 그런 성격적인 결함은 영화를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동력으로 동작합니다. 세 명의 등장인물로 압축시킨 원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