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화, 방어기제 vs.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방법
2010/09/24
아들을 둔 엄마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아들이 이젠 말을 듣지 않는다고 고민이 많더군요.
워킹맘이나 선생님이나 가정주부나 다 마찬가지.
아들과 공부하라고 실랑이하다가 그렇게 삐딱하게 나갈 거면 일치감치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진짜 집에서 나가버리고, 공부 안 하면 거지된다고 겁을 줘도 별로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거지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 처음 한두 번은 먹히지만 그다음부터는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광고를 사용해도 담배를 끊게 하는 데는 실패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외국사람들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국에서 사는 게 불안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인은 그런 위협에 워낙 오래 노출되어 있어 둔감하고요 일부는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기 까지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에 지진이 많이 나서 어떻게 사누 싶지만 일본인들은 또 그들대로 잘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사람은 충격적인 얘기를 들으면 그런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 그런 충격을 묻어버리려는 경향(진부화)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엄마가 아들을 겁주는 말은 아들이 처음 한 두번까지는 경청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잔소리로 취급된다고 봐야겠죠.
겁주기 방법이 좋은 설득방법이 될 수 없다면 엄마가 원하는 바를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는) 얻기 위해서 엄마가 아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주변에 얘기를 나눠본 사람 중에는 이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설득이 안통하는 이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설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운 바가 없었지요.
이 풀리지 않는 의문과 비결에 대해서 다룬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던 설득의 논리,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마크 고울스톤 지음, 타임비즈 출판사]

협박으로 설득이 안되는 이유는 두뇌의 작용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략)
인간은 3개의 뇌가 있다. 맨 안쪽에는 파충류(뱀)의 뇌, 중간층에는 포유류(토끼)의 뇌, 제일 바깥층에는 인간의 뇌가 있다. 진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뇌가 과거의 뇌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겉을 둘러싸고 추가적인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3개의 뇌는 우리가 매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3개의 뇌는 어느 정도까지는 협동하여 함께 일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 3개의 뇌는 서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는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주도권을 잡고, 생각하는 영장류의 뇌는 힘을 잃는다. 우리는 뇌의 원시적인 기능에 내맡겨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사람을 설득하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인간의 뇌'에 말을 걸어야 한다. "뱀의 뇌'나 '쥐의 뇌'에 말을 걸면 안 된다. 잔뜩 성이 나 있고 흥분해서 반항적으로 대드는 사람,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buy-in (경청하고 실행의지를 가지도록) 하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상대방의 바깥쪽 뇌가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가장 안쪽이나 중간에 있는 뇌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사나 고객, 배우자나 자녀에게 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궁지에 몰린 뱀이나 기껏해야 잔뜩 흥분한 토끼에게 말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상대의 '파충류의 뇌'에서 '포유류의 뇌', 다시 '영장류의 뇌'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말을 걸어야 한다.
겁에 질리면 감정과 사고를 관장하는 뇌의 조종사(전두엽)가 통제권을 상실한다. 조종사 대신 '뱀'이 비행기를 조정하게 된다. 이성적인 사고능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기억기능은 불안정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한동안 생각을 정리할 수도 없게 된다. 이 순간에는 감성지능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순간에게 사실과 논리를 이야기한다면 괜한 시간낭비일 뿐이다. (후략)
두뇌가 작동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실행에 대한 저항 -> 경청 -> 실행의지 -> 만족 -> 실행 -> 생각 -> 지속적인 실행
이런 사이클을 밟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기법은 책을 참조하시고요.
그리고 뱀다리로 한 가지 덧붙여 봅니다.
혹시 영화 "인셉션"을 보셨다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감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부인 '맬'(마리온 코틸라르)에게 주입(인셉션)한 부정적인 메시지가 결국 부인과 자신을 파국으로 이끌게 했습니다.
반면에 '피셔'(킬리언 머피)를 대상으로 한 인셉션에 멤버로 참여한 '임스'는 "긍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일 때 보다 성공확률이 높다"라고 하여 인셉션을 긍정적으로 설계하게 되었죠.
피셔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내면의 스트레스와 저항이 강해서 공격적이고 위협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인셉션을 시도한 팀 모두를 궁지로 몰아갔지요... 결국에는 긍정적으로 설계해 둔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렇듯 남에게 다른 행동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감수해야 합니다.
홈쇼핑 호스트가 물건을 소개(메시지&설득)할 때처럼 물건(메시지의 목표)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 물건의 가치가 비용을 지불할 (시간 투입)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뭐 지금껏 그랬듯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찍어 누르고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에게 위협과 태클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 그런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들이나 남편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므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그럴 공을 들일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