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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뷰 10년, 내 글 스타일은 누구와 비슷할까?

raker 2023. 6. 12. 19:26

2008/12/26
하이파이넷을 통해서 오디오 리뷰에 데뷔한 지 만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잡을 수 없고 그때만 가능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고요. 덕분에 그동안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리뷰한 것들은 지금 보면 어색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부끄러운 것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것은 지금보다 나은 것도 있기도 한 것 같군요.

제가 오디오 리뷰에 사용하는 글은 몇 가지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문체가 강인합니다. 사람들에게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장이 짧고 단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짧은 문장을 썼던 건 아닙니다. 학생 때는 문장이 아주 길었었습니다. 아직도 글이 길다면 예전의 흔적을 못 버렸거나 교정이 철저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 할 말에 중심을 두고 옆길로 새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실수의 여지도 없고 퍼스낼리티도 드러나지 않게 되었지요.
- 확신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디오와 레코드에 편집장으로 계셨던 양철주 선생님의 지도의 흔적입니다. 
- 제품을 요소별로 분해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넣고 불필요한 부분은 빼는 식이어서 무기구매상이 무기를 만져보고 분석하는 것처럼 드라이한 느낌이 들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글에 물기가 없고 빡빡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더군요. 글이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더니만 그러다가 후다닥 결론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보였을 수도... 오디오 리뷰에서 글 쓴 사람의 불필요한 취향으로 글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그럴 지면에 제품을 만든 회사나 제품 자체가 주인공이 되고 그에 대한 분량을 늘리고 싶었던 의도던 것인데... 리뷰에서 제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얘기는 못하겠네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끌리는 리뷰 스타일은 스테레오파일의 죤 앳킨슨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전문적인 식견을 배우고 싶지만 따라가기는 어렵겠군요. 로버트 할리의 유려한 문체는 멋있지만 제가 그런 접근방식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도 있고 제가 제품에서 발견한 것을 바라보고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문체상 맞지 않기도 해서 감상할 때만 좋아합니다. 웨스 필립스의 리뷰 스타일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스테레오파일에 있는 여러 사람의 특징이 골고루 배합된 듯이 한쪽에 쏠리지 않는 편이고요 퍼스낼리티 면에서 호감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그에 비해서 호들갑스럽고 떠벌이 스타일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글을 읽다가 잡스런 소리 하는 부분에서 리뷰비를 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도 있었습니다. ^^ 스테레오파일의 래리 그린힐은 호들갑을 떠는 편이라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어떤 부분에서 놓고 보면 제 리뷰를 생각나게 하는 때도 있습니다. 제가 오디오 리뷰에서 음악을 묘사할 때 세부에 대해서는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래리 그린힐도 그런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다음번 리뷰부터는 교정에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 쓴 사람이 가치관이 제품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하도록 좀 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