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 없는 보상에 자기 믿음을 팔게 되는 이유
2008/08/16
인지 부조화 이론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인간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 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
미국인 심리학자 로렌 슬레이터가 저술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부제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에서 설명해주는 인지 부조화 이론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페스팅거가 계획한 실험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를 주었다. 그 실험의 결과는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페스팅거는 그들이 고작 1달러로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여러분은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은 거짓말을 위해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저분한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이미 집어넣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맞게 믿음을 일치시키게 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자신의 문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대가로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믿음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맞아. 난 거짓말을 했어. 나는 내가 한 말을 한 마디도 믿지 않아. 돈을 많이 받았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즉 20달러를 받은 피실험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더 적게 경험한 것은 자신들이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서였다. 그 정당한 이유란 괜찮은 보수였고, 그것은 달콤한 간식과 같았다.
그의 인지 부조화 이로는 미국 심리학회를 폭풍처럼 강타했다. 1950년대에 페스팅거 교수 밑에서 대학원 시절을 보낸 엘리엇 애론슨은 ‘폭풍처럼’이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했다.
“정말 대단했어요. 근사했죠. 인지 부조화 이론은 불가사의한 인간의 행동을 너무도 멋지게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지부조화 이론은 한국 전쟁 발발 당시 중국인들이 미국인 포로들을 어떻게 그토록 효과적으로 공산주의로 전향시켰는가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설명해 주었다. 당시 중국인들은 미국인 포로에게 반미적인 글을 쓰도록 하기 위해 가혹한 고문이나 화려한 뇌물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이 준 것은 쌀 조금이나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글을 쓰고 상을 받은 수많은 미군들은 나중에 공산주의로 전향을 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세뇌라는 것은 그럴싸한 아부를 당하거나 화려한 물건으로 여러 차례 유혹을 당해야만 이루어진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생각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믿음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것은 일종의 왜곡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때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좀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인지 부조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심리의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손바닥에 보잘것없는 것을 쥐고서, 그 별 볼일 없는 힘으로 어른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그것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었다.
이런 심리적인 장치를 잘 사용하는 곳은 중국군 뿐만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 어느 곳에 가면 꼭 필통을 주거나 연필 몇 자루 등을 손에 쥐어주었던 곳이 있었고요, 나이 들어서는 그곳을 방문하면 왠지 모르게 주인장의 작은 성의에 감동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인지부조화의 실험결과를 보고 나니 어째서 돈도 쓰고 남을 만큼 넉넉하신 분들이 뭣하러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앞장서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산 오디오 케이블을 소개하시는 분 중에 이런 바람잡이 분들이 있지요) 그리고 일부의 오디오 관련 커뮤니티에서 운영자들이 광신도를 거느리고 있는데 배우실 만큼 배운 분들이 어째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휘둘려 놀아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