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파 [2009]
2010/08/03
전편인 에반게리온 서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영화의 뼈대가 되는 설정을 제대로 셋업해 주었습니다. 모호했던 캐릭터의 역할이나 반응을 이해하기 쉽게 말쑥하게 정리해 주었지요. 여러 사도와의 대결이 반복적으로 전개되어 영화적으로는 약간은 평면적인 구성이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적어도 영화의 말미를 보기 전까지는요.
에반게리온 서의 막판에서 신지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음회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해 주었지요.

에반게리온 파는 에반게리온 서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변주하는 평범한 구성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간에는 여러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변화의 비중이 높았던 만큼 앞편의 내용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추가하고 비밀스러운 대상을 암시하는 대사를 추가함으로써 익숙한 흐름의 연장이 아니라 뭔가 앞날이 기대되는 단서를 제공해 주어 영화의 폭과 깊이와 흐름을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서는 사도와 맞서는 과정에서 여러 에반게리온과 조종사가 소모되는 과정을 통해서 스토리의 강도는 어마어마하게 고양되었고 비가역적인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어 버렸으니 에반게리온 Q에서는 어떻게 흐름을 연결해 나갈 것인지 매우 기대됩니다.
에반게리온 파에서 영화상으로 흐름의 완급 조절은 적절해 보였습니다. 에반게리온 서는 어째서 그런 호흡을 가져갔는지 그리고 에반게리온 파는 어째서 그런 호흡을 가져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에반게리온 파에서 좀 아니다 싶은 것은 표현의 강도를 높이고자 내용과 반어적으로 사용한 동요(童謠)였습니다. 두 번째 사용한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싶은데, 첫 번째 것은 작위적? 억지? 뭐 이런 느낌을 받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