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마크레빈슨 No.532 파워 앰프 (방문청취)

raker 2023. 5. 30. 22:08

2009/03/22

오디오에 경험이 많은 애호가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수준 높은 소리를 재생하는 데 있어 파워앰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간과 성향에 맞는 스피커를 선택하고 그것을 충실하게 울려줄 수 있는 고성능 파워 앰프를 갖춰 놓았다면 오디오 시스템의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굳건한 기반 위에서 매칭이 잘 맞는 프리앰프나 소스기기를 맞추어가다 보면 큰 곤란을 겪지 않고 좋은 소리로 완성해 갈 수 있다. 하지만 파워앰프가 스피커를 제대로 울려줄 수 없는 상태라면 좋은 소리를 내주는 과정과 결과가 그리 순탄할 수는 없다.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스피커 선정은 어렵지 않게 선택하는데 비해 파워 앰프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나 현대의 고성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트랜지스터 파워앰프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음악의 감정을 고스란히 이끌어낼 수 있고 깊은 맛을 표현해 주는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를 찾으려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 

마크레빈슨은 40여 년 동안 최상급의 오디오를 내놓으면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이끌어왔다. 스피커를 구동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마크 레빈슨의 파워 앰프는 예전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계를 대표할 정도라 할 수 있다. 굳이 마크레빈슨의 레퍼런스 파워앰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듀얼 모노럴 파워앰프만 되어도 오디오 리뷰어들로부터 파워하우스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No.334라던지 No.336 파워앰프를 사용하면 다른 앰프로 소리를 뽑아내는 데 어려워했던 스피커를 제대로 울려볼 수 있었다. 한편 오디오 산업은 고해상도 오디오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리코딩 산업에서는 고해상도 음악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해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를 대대적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이런 기자재의 수준이 월등하게 향상됨에 따라 녹음의 질적 수준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런 변화 이전의 녹음에 대해서는 과거의 오디오 제품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 녹음에 대해서는 과거의 제품으로는 충분하게 대응한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마크레빈슨의 No. 532 파워 앰프는 그런 시대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마크레빈슨이 오랜 장고 끝에 제시하는 해법이다. 

마크레빈슨의 개발팀은 마크레빈슨 파워 앰프의 유산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 더 질적으로 향상된소리를 내주게 하기 위해서 설계에 공을 기울였다. 
그중에서 눈에 쉽게 띄는 것부터 설명하자면, 오디오 신호를 다루는 부분이 다른 회로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노이즈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새시의 뒷부분을 삼지창처럼 나뉜 격실로 분리시켰다. 중앙부 하단에는 전압-레귤레이터 보드가, 중앙부 상단에는 아론 25N보드를 기반으로 한 전압-게인 컨트롤 회로를 수납했다. 아론 25N보드를 기반으로 한 전류-게인 보드는 바깥쪽 격실 부분에 각각 수납했다. 파워 트랜스포머는 앞쪽에 수납했다. 이런 특이한 구조 덕분에 신호와 전력공급 경로가 짧아졌고 방열면적이 넓어져서 냉각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좀 더 깊숙이 전기적인 설계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면, 신호 경로에는 릴레이, 콘덴서나 아이솔레이터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덕분에 출력 임피던스 레벨을 매우 낮게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고 논리니어리티를 최소화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IT 산업의 발달에 따라 보드 설계와 제반 부품의 디자인 룰이 진보되었는데 신세대 디자인 룰을 이용함으로써 회로의 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신호경로의 길이가 짧아졌고, 기생성분의 캐패시턴스가 줄어들게 되었고, 프로퍼게이션 딜레이와 페이즈 쉬프트가 줄어들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신호의 열화가 줄어듦과 동시에 신호 처리가 빨라지고 밴드폭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크레빈슨 No.532 파워앰프는 마크레빈슨의 레퍼런스 파워앰프가 아닌 파워앰프 중에서 최초로 완전한 디퍼런셜로 동작한다고 한다. 마크레빈슨이 예전에 내놓은 듀얼 모노 구성의 파워앰프에는 디퍼런셜로 동작시키기 위해 부가적인 회로를 사용했었는데 비해 No.532에서는 완전한 디퍼런셜로 동작이 가능해져서 불필요한 부가회로를 없앨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불필요한 신호 변환과정이 없어짐으로 인해서 그 회로가 발생시키던 노이즈도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용 시 부가기능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 제품은 다른 제품과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마크레빈슨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ML Net, Link2 기능을 갖췄으며, 마크레빈슨이 아닌 제품과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12 볼트 트리거 입출력 단자도 갖추고 있다. 또한 크레스트론이나 AMX 등의 서드 파티 오토메이션 시스템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RS-232 포트도 갖추고 있다. 

마크레빈슨 No.532 파워 앰프에 실려있는 여러 가지 설계 콘셉트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기존의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파워 앰프에서 채용했던 코스트 노 오브젝트 설계의 일부를 채용하여 물량투입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듀얼 모노 구성을 극단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마크레빈슨의 듀얼모노 구성의 파워앰프 사상 제일가는 성능을 갖추도록 설계한 것으로 보시면 되겠다. 다른 제품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일급 수준이다. 

마크레빈슨 No.532 제품 시청은 GLV에서 했다. 운 좋게도 얼마 전에 동일한 공간과 거의 비슷한 시스템에서 마크레빈슨 No. 336 파워앰프를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No. 532 파워앰프가 과거 제품과 어떤 점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마크레빈슨 No. 336은 스피커를 장악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앰프였고 웬만한 회사의 모노블록 파워앰프에 육박할 정도였다. 저역은 애매하게 소리 나는 적이 없다. 필자는 후련하게 소리를 내주는 No. 336을 듣고 난 후 그 매력에 빠져 다음 앰프로 No. 336을 써볼까 해서 한동안 저울질 하기도 했었다. 저울질을 멈추게 했던 것은 설치 장소를 감안하면 저역의 장점을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비해 단점인 고역의 밋밋한 점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크렐 Evolution 402 같은 최근 제품과 비교하자면 No.336은 저역의 표현력에서 우수하고 생동감의 표현에서 밀리는 일장일단이 있는 소리라 하겠다. 어쨌든 그 당시에 마크레빈슨의 스피커 장악능력과 크렐 Evolution 402처럼 피어나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한 몸에서 내줄 수 있는 파워앰프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그런 제품이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제품이 있다면 비용을 불문하고 구입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마크레빈슨 No.532는 하이엔드 파워 앰프가 만족시켜야 하는 양쪽 수레바퀴인 파워와 음악의 표현력을 잃지 않는 질적인 부분을 한 몸으로 해결하게 만든 놀라운 제품이다. 반응은 정말로 빨라서 음악의 세련된 표현을 막힘 없이 재생해 주었고 배경이 조용하여 디테일한 소리가 잘 들리게 되었다.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No.53에 비하면 파워는 약간 줄어든 셈이라 할 수 있겠지만 No.336과는 동급이고, 음악의 표현력이라는 부분에서 No.336보다 두어 급쯤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파워앰프의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No.53에 비하면 No.532의 반응이 약간은 화려한 방향으로 가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 정도야 관련 제품의 매칭으로 얼마든지 취향껏 즐기실 수 있는 정도라 하겠다. 마크레빈슨 No.532 파워앰프에서 변화된 부분은 그저 기존의 제품의 잘못을 손질해 보자고 작심하는 정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수준의 본질적인 수준의 격차라고 할 수 있으며.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서 나온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마크레빈슨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이상으로 삼는 앰프를 만드는 쾌거를 이루어 우리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