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바이얼린 협주곡 1번 레코딩
2019/05/25
룬을 사용하면 연주자에 따른 해석을 비교하는 게 편해집니다.
룬의 전곡 비교하기 기능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몇 곡 비교 청취해 봤습니다.
굳이 모든 리코딩을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2 pick을 소개할까 합니다.
오래전부터 저의 One pick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Baiba Skride이 연주할 리코딩이었습니다. (2004년 연주실황, 2005년 발매, 16bit 44.1kHz)
쇼스타코비치는 바이얼린 협주곡 1번을 일반적인 협주곡과 다른 콘셉트로 작곡했습니다.
일반적인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악기 연주가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힘을 합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쇼스타코비치 바이얼린 협주곡 1번은 바이올린이 처음부터 끝까지 휴지부가 거의 없게 계속 연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는 거의 동격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이 의식과 무의식을 나눌 수 없듯이 두 가지 면모를 통해서 전체가 표현되도록 구성이 되었습니다.
곡의 특성상 기량을 뽐내는 표면적인 연주만으로는 곡을 이끌어가기 어렵고 정해진 경로를 충실하게 따르는 연주 역시 곡의 진가를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연주자의 에고가 강하고 자신감이 강력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라트비아 출신의 Baiba Skride는 녹음 당시 23세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겁 없이 강단 있게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들개 한 마리가 홀로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기 지역을 자유롭게 마구 휘젓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곡을 항상 리드하며 에너지는 고갈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장을 좀 더 보태면 사람이 연주하는 것 같지 않고 접신한 상태에서 연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Simone Lamsma의 연주가 실려있는 레코딩은 (2016년 연주, 2017년 발매, 24bit 352kHz)은 최근에 MSB Signature DAC V에 Renderer V2 입력을 주력으로 사용하게 되고 난 이후에 종종 틀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레코딩의 경우 오케스트라의 뒷받침이 다른 리코딩에 비해서 모자라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오 시스템을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잘 표현되도록 개선작업을 하고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나서는 그것이 저의 섣부른 오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곡의 컨셉을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이 제대로 표현한 연주였는데... 저의 오디오 시스템 재생 수준이 뒤따라가지 못해서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이 레코딩은 온전하게 재생하기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 보입니다만... 그 어려운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감동으로 보답해 주는 리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주 수준이 상당히 높은 데다가 24bit 352kHz 고해상도 녹음은 숨죽이고 듣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