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주 감상

세월이 지나서 기술은 진보했지만 연주자가 기다려 주지 않는군요

raker 2023. 4. 18. 12:40


2013/07/28
2013년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한 베르디 리골레토 공연실황이 나왔습니다.
Piotr Beczala(만토바 공작)/Diana Damrau(질다)/Zeljko Lucic(광대 리골레토)

저는 2008년 Juan Diego Florez/Diana Damrau/Zeljko Lucic팀의 환상적인 공연을 생각하고 이번에도 대단한 공연을 보여줄 걸로 기대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예전에는 베첼라 소리가 좋았지만 요즘 전성기를 지나서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며 블루레이 타이틀 구입을 보류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2008년도 공연실황 DVD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블루레이 타이틀로 구입했습니다. 한글 자막도 있고 신뢰할만한 도이치 그라모폰의 녹음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표트르 베첼라는 안쓰러운 소리를 내줬습니다. 게다가 뜻밖에도 질다 역을 맡은 디아나 담라우의 목소리도 얇아지고 힘이 약해진 것처럼 들리네요. 녹음의 문제일지? 5년 만에 담라우의 몸매도 많이 허물어져서 아줌마처럼 되었는데 세월의 영향이거나 몸의 변화가 소리를 달라지게 한 것 같았습니다. 젤코 루치치도 예전의 비뚤어지고 파괴력과 집중력을 가진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부모님과 함께 봤는데 이들의 전성기를 잘 아는 만큼 이들의 기량이 쇠퇴한 것을 안타까워하시는군요.

기술이 발전되어 공연장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향상이 되고 있지만 연주자는 전성기가 따로 있는지라 기다려 주지 못하는군요. 성악가들의 몸을 가혹하게 사용하게 하는 오페라 환경은 성악가들을 빨리 소진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실망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듭니다. 기량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 블루레이 타이틀의 제작에도 약간의 흠이 있습니다. 르네 플레밍이 막의 시작을 앞두고 스테이지 뒤쪽에서 시놉시스를 설명해 주는 인트로덕션이나 인터뷰 부분에 자막이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안되어서 그런 줄 알고 부랴부랴 펌웨어 업데이트도 시키기도 했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타이틀의 제작상 애초부터 자막이 심어져 있지 않은 것이더군요. 한글 자막뿐만 아니라 영문 자막도 들어있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