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TT 콘텐츠 감상

군도: 민란의 시대 [2014]

raker 2023. 4. 5. 18:59

 

2015/02/18
이 영화에서 다루는 스토리는 통상적인 TV에서 담아내기에는 다소 버겁습니다. 설정이 폭력적이고, 억눌린 백성들의 봉기와 같은 무거운 소재를 택한 데다가 파워를 모은 이후 의적놀이처럼 다룬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영화 매체에 완전히 잘 들어맞게 만들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상에서 인물의 설정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그 수법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사에 할당할 수 있는 분량에 제약이 있는 만화라면 그렇게 다루는 것이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그런 식으로 풀어가서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제공한 설정이 영화를 전개시키는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잉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서투르고 정리가 덜 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영화 보러 온 것이지 할머니가 해주는 식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또한 어색한 요소를 서로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서 불편합니다. 영화가 선택한 시대적 배경과 심리적 동기에 대해서는 하드 하게 다뤘는데 액션은 의도적으로 활극처럼 다루고 있고, 영화 호흡을 길게 끌고 가다가 또 짧게 짧게 다루기도 하고, 영화의 톤을 진중하기도 끌고 가다가 코믹하게도 끌고 가려하고, 시간상으로 미시적으로 다루다가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고... 땡추(이경영) 중심으로 일이 벌어지는 건가 싶다가도 대호(이성민) 중심으로 일이 벌어지는 건가 혼란시켜 놓고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그저 도치(하정우)와 조윤(강동원)의 대나무숲 대결이었던 겁니다.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영화의 흐름을 늘이고 끊고 불필요한 신을 넣고 톤이 뒤죽박죽 섞이다 보니 지루해지게 됩니다. 
(영화상에서 도치가 산채로 들어가게 되는데 까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소모했지만... 이것을 30분 이내로 압축했어야 했고, 의적일당이 잡히는 부분이 60분 이내에 다뤄졌어야 영화를 끝까지 보는데 피곤하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굳이 이런 설익은 내용으로 영화화시켜야 했을까 하는 회의가 듭니다. 영화 매체에 적합하지 않게 다룬 역량이 아쉽네요. 만화 매체를 택했다면 그럭저럭 웬만큼 의도를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만화에서는 강동원이 보여주었던 폼나는 액션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영화 '역린'도 마찬가지로 만화 매체로만 남겨도 충분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 역시 스토리를 영화에 담는 능력이 현저하게 미달되었습니다.)